조영빈 기자

등록 : 2020.06.19 19:47

[팩트파인더] 워킹그룹이 美 결재 창구? ‘대북사업 제재 회피’ 한국 편의 위한 것

등록 : 2020.06.19 19:47

개별관광ㆍ철도 연결ㆍ방역협력 등

美 반대한 적 없어… 北이 불응

개성공단 재개ㆍ금강산관광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배 소지 커

비핵화 진전 없으면 실행 힘들어

한미워킹그룹의 수석대표인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회동하고 있다. 뉴스1

한미워킹그룹이 연일 북한의 포화를 맞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논평에서 “(남한이) 한미실무그룹(워킹그룹)이라는 굴레를 받아쓰고 북남 사이 문제를 사사건건 외세에게 일러바치며 승인이요, 청탁이요 구걸했다”고 비난했다. 한미워킹그룹을 남북관계 파탄 원인으로 겨냥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17일)와 같은 맥락이다.

여권에선 “남북관계의 걸림돌”(16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실상 (미국의) 결재를 받는 구조가 됐다(18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한미워킹그룹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이 정말로 남북 협력사업을 가로막아 남북관계를 헤집었는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결재 창구인가

한미워킹그룹이 남북 사업에 대한 미국의 결재ㆍ허가 창구로 비쳐질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워킹그룹은 2018년 9월 남북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 체결 직후 미국 요청으로 구성됐다. 당시 한국 대북정책이 가속 페달을 밟을 가능성에 대한 미국 조야의 우려도 작용했다.

하지만 워킹그룹의 실제 기능은 미국이 아닌 한국의 편의를 반영하고 있다는 반론이 뒤따른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사업이 최대한 신속하게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일종의 ‘패스트트랙’ 역할을 하는 게 한미워킹그룹”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북 사업이 미국 재무부 중심의 복잡한 대북제재망에 걸려 좌초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대북제재 담당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한미워킹그룹에는 미국 측에서 국무부, 백악관뿐 아니라 재무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원스톱 논의를 한다.

◇남북 협력사업을 가로막았나

올해 초 문재인 정부는 대북 개별관광과 철도ㆍ도로 연결, 방역보건 협력을 새로운 대북협력 사업으로 제시했다. 미국이 이 사업들에 명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사실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 지원 의사를 담은 친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 한국의 남북 방역사업에 힘을 싣기도 했다. 또 한미는 지난 2월 서울에서 한미워킹그룹 국장급 회의를 열어 철도연결과 개별관광 사업을 논의했다. 미국의 적극적 지지까진 아니더라도 암묵적 동의는 이뤄졌다는 게 당시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남측의 제안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미워킹그룹 때문이 아니라 애당초 북한의 이에 대한 호응이 없었던 셈이다.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불발에도 책임 있나

김여정 제1부부장은 17일 담화에서 “북남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어 (중략)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 왔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한다”고 합의했다. 두 사업은 대북 사업을 금지하고 대량 현금이 북한에 유입되는 걸 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 두 정상은 비핵화 진전이라는 ‘조건’이 갖춰지면 남북 사업을 재개하자는 데 공감했지만, 그 ‘조건’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았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불발의 1차적 원인이 저조한 비핵화 진도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한미워킹그룹이 없어진다고 해도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그대로”라면서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은 원인이 한미워킹그룹에 있다는 식의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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