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6.13 11:00

[카톡방담] “골칫거리 대북전단 남한도 피곤하게...” 압박 수위 높이는 북한

등록 : 2020.06.13 11:00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가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부터 대남 강경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급기야 9일에는 청와대 핫라인 등 남북간 모든 연락채널을 끊었다.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면서다. 문재인 정부 초기 남북관계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청와대까지 나서 대북전단 살포 엄단 조치를 천명했다. 하지만 보수야당 등을 중심으로 ‘대북 저자세’ 라고 비판하면서 ‘남남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북한의 대남 강경 노선 배경과 우리 정부의 입장, 정치권 반응 등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 청와대팀과 외교안보팀,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북한이 4일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이후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9일엔 남북 간 연락채널까지 다 끊었죠. 북한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달라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평화의 비둘기(비둘기)=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대북전단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는데 ‘왜 지키지 않느냐’는 게 북한의 주장이에요. 통일부가 4일 ‘대북전단 규제 법제화는 이미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롱하는 전단 문제를 남측이 가볍게 여기니 ‘우리가 피곤한 만큼 너희도 피곤하게 해주겠다’고 대놓고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레고는 설명서대로= 북한의 이런 태도는 ‘내부 결집’을 위한 대남적대전략으로도 보입니다. 북한은 지금 경제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설상가상인 상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내세워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죠.

돌아봐= 청와대를 비롯한 우리 정부 반응은 어떤가요.

마음은 콩밭에(콩밭)= 청와대는 김 제1부부장의 4일 담화 이후 일주일 만인 11일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습니다.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합의는 물론, 항공안전법 등 국내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건데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얘기 같습니다.

비둘기= 북한을 달래야 하는데 묘수가 없다 보니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건 사실입니다. 4일 남북교류협력법으로 규제하는 건 무리해 보이니까 새로운 법률안 제정을 검토한다더니, 11일에는 다시 교류협력법의 유권해석을 새로 해 탈북민단체를 경찰에 수사의뢰했죠. 이런 일련의 모습만 보면 지금껏 전단 문제를 방치하다가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니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돌아봐= 북한이 대남 메시지의 선봉에 김 제1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눈길을 끄는데요.

비둘기= 김 제1부부장은 남북관계에 있어 ‘비둘기파’로 상징된 인물이에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대남 특사로 방남한 이후 남북정상회담 때도 우호적인 이미지가 강했죠. 태도가 바뀐 건 올해 3월입니다. 갑자기 김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겨냥해 ‘겁먹은 개’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하자,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들이 제기됐죠.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및 북미 관계 상황에 따라 김 제1부부장 역할이 자연스럽게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죠.

콩밭= 2018년 한반도 해빙 무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이제 대남 강경 메시지의 선봉에 선 모습인데요. 메신저의 급을 높여 말과 행동의 무게를 더 키웠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평화의 메신저가 오죽했으면 돌아섰겠느냐’는 효과를 북한이 노린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청와대는 김 제1부부장에 대해서는 표정을 감추고 있긴 합니다. 다만 북한의 움직임이 아주 예상에 없던 수순은 아니라는 반응도 감지됩니다. 11월 있을 미국 대선과 맞물려 돌아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김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공식화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어떤 활로를 뚫을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돌아봐=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갈등은 2008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해결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비둘기= 헌법 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 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대북전단을 날리는 행위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니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북한은 대북전단으로 최고 지도자를 모독하는 걸 민감하게 여겨요. 2014년에 경기 연천에서 군사적 충돌까지 있었죠. 접경지역 주민들이 탈북민 단체와 멱살까지 잡으며 갈등하는 이유입니다. 북한이 또 도발하면 당장 생명의 위협은 물론 생계도 어려워진다는 거죠. 2014년 사건 이후 당시 박근혜 정부도 고민이 많았지만, 기본권 침해 우려로 해법을 못 찾았어요.

돌아봐=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는 정치권의 입장도 확연히 갈렸죠.

연두 담쟁이= 정말 상반된 반응이 나왔죠. 여당은 “당장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해야 한다”며 입법 추진에 나섰어요. 반면 야당은 “여기가 북한이냐 남한이야”며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북한의 역성을 들고 있다”며 “역대급 대북 굴종행위”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여의도 뚜벅이=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4ㆍ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판문점 선언 2조1항에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가 할 수 있는 ‘북한 달래기’죠. 문제는 미래통합당이 당시 비준에 반대했던 명분이 현재에도 살아 있다는 점이죠. 당시 통합당의 반대 명분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 비준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은 진행형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돌아봐= 급기야 불똥은 북미관계로도 튀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은 11, 12일 미국을 향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죠.

밥 먹으면 배불러=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대남 공세 수위를 차츰 높이던 북한은 12일 오전 리선권 외무상 명의 담화에서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돌을 맞아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답장”이라며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공개 경고까지 했습니다. 재선이 불투명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어느 정도 선을 그으면서 향후 국면을 관망하겠다는 걸로 보입니다. 존재감을 계속 강조하기 위해 일정 부분 무력 시위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해당 담화에서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 걸 보면, 대화의 문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직로 피톤치드=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가 북한의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당초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 지형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습니다. 차기 대통령 윤곽이 잡히는 여름과 가을 사이에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또 달라진 거죠. 북한의 잇따른 대남 강경 메시지는 결국 북미관계에 있어 미국이 자신들과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 듯한 판단에서 나온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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