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기자

등록 : 2020.04.21 04:30

코로나19, ‘디지털 미술관’ 바람 몰고 왔다

등록 : 2020.04.21 04:30

지난 16일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에서 공개한 ‘수평의 축’전시에서 핀란드 현대작가 에이샤-리사 아틸라의 영상 작품 ‘수평’이 6개의 패널에 전시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저 작품(에이샤-리사 아틸라의 영상작품 ‘수평’)은 어떻게 찍은 거예요?”

“리프트를 타고 나무의 각 시점에 맞춰 부분부분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6일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이 인스타그램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수평의 축’ 전시 투어. 한 온라인 관객이 질문하자 텅 빈 미술관에 홀로 서서 작품을 설명하던 양옥금 학예연구사가 반가운 듯 바로 대답을 내놨다. 이날 50분 남짓한 생방송을 시청한 온라인 관객 수는 약 3,000명. 지난해 하루 평균 국현 서울관 방문 관객 수 3,890명 보다 적지만, 하루 왼종일 전시장 문을 열어놓는 오프라인 전시에 비하자며 훨씬 집중도가 높다. 국현이 지난달 30일 온라인으로 개막한 ‘미술관에 서(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영상 또한 20일 기준 5만5,745명이 클릭했다. 국현의 온라인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에 국현 스스로도 조금 놀란 눈치다. 윤범모 국현 관장은 “코로나19가 악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온라인을 통한 접근권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 ‘사이버 뮤지엄’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역할, 한계 등 다양한 담론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미술관’ 바람이 불고 있다. 휴관 중인 국내외 미술관들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기존 미술관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시 문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가상현실(VR) 전시감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비나미술관은 지난해 선보였던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전을 VR로 구현해냈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디지털 미술관은 한계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소장품을 모은 전시 ‘모두의 소장품’ 전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면서 전시 설치 전 과정을 공개했다. 미술사적 설명에다 미술관 관계자들의 현장 일기, 전시 참여 작가 인터뷰 등 오프라인 전시로는 접하기 어려운 내용까지 다 소개한 것. 사립미술관인 사비나미술관도 예전부터 현재까지 총 29회의 전시를 가상현실(VR)로 제작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3월 VR 조회 수는 전달 대비 10배 가량 늘어났다.

이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 이름있는 미술관들 전시 관련 내용을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영국 남부의 헤이스팅스 컨템퍼러리 미술관은 로봇을 이용, 한 명의 큐레이터와 4명의 참가자가 원격으로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영국 헤이스팅스 컨템퍼러리는 코로나19 여파로 휴관하면서 로봇을 활용해 원격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헤이스팅스 컨템퍼러리 제공

디지털 미술관 현상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코로나19에 상관없이 디지털 미술관은 미래 미술관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도 “디지털 미술관은 작품 감상을 넘어 자료 수집과 교육 등으로 미술관 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며 “작가나 기획자들도 디지컬 미술관을 통해 선보일 수 있는 작품과 전시는 어떤 것인지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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