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
부장

등록 : 2020.06.21 10:00

돌변한 김여정… 2년전 사진 속에선 남측과 ‘화기애애’

등록 : 2020.06.21 10:00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 양국정상의 식수 행사를 마치고 남측 수행원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오찬장에서 김여정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 내외에게 술을 따르고 있다. 이사진은 당시 청와대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개 되었는데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년 2월 10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던 중 대화하고 있다. 맨왼쪽은 김영남 상임위원장, 오른쪽은 김정숙여사. 고영권기자

최근 북한의 잇따른 강경 도발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로 시작한 김 부부장의 도발적 행보는 지난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감행하는 것으로 절정에 달했다. 이후 북한 군부가 추가 도발 의지를 드러내는 등 북한 정권의 2인자로 등극한 김 부부장의 대남 적대 정책이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험악한 표현을 써가며 남한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는 김 부부장도 한때는 문 대통령과 가장 친숙한 북측 인사 중 하나였다. 판문점에서 3차례, 평양에서 한차례 문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보다도 문 대통령과의 만남 횟수가 더 많다. 2년 전 사진 속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을 향해 그가 짓고 있는 밝고 상냥한 표정은 최근의 언행과 괴리감이 크다.

문 대통령과 김 부부장의 첫 만남은 2018년 2월 9일 이루어졌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측 특사단을 이끌고 방남한 김 부부장은 청와대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며 “문 대통령이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돼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라”라며 평양 초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틀간의 방남 기간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축하공연 등 총 4차례나 문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문 대통령과 친근감을 더한 김 부부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공개한 사진 중엔 김 부부장이 문 대통령 내외에게 술을 따르는 사진이 있었는데, 남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김여정이 앞장서서 안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인민군 사열을 위해 단상에 오르자 당시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이 급히 단상으로 올라가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려 하자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필기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그 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과 9월 18일 평양에서 잇따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 부부장은 의전을 진두지휘하며 행사를 원활하게 이끌었다. 특히, 평양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과 함께 순안공항에 나온 김 부부장은 인민군 사열을 위해 단상에 오른 두 정상의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사열대로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일행의 평양 내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김 부부장의 모습은 문 대통령 내외는 물론 방북 인사들과 이를 방송으로 지켜본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도 채 되지 않아 김 부부장의 태도는 돌변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실질적 2인자로 등극한 김 부부장은 이달 들어 대남 정책을 총괄하면서 거친 담화를 쏟아냈고, 급기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17일 문 대통령의 6ㆍ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연설을 언급하며 “철면피한 궤변”이라거나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는 식으로 혹평했다.

김 부부장은 불과 2년여 전 남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 밝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면서 국민 사이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최근 이어진 그의 도발적 언행은 더욱 당황스럽고 충격적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북한의 노림수가 통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밝혔던 대남비난 담화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 담화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철거와 군사적 도발을 암시했다. 노동신문은 전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동에게 꽃을 받은뒤 격려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꽃을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받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18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북 단일팀 입장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뒤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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