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승 기자

등록 : 2019.07.01 04:40

중국 천지 된 시아누크빌… “도시 전체가 공사장”

등록 : 2019.07.01 04:40

캄보디아 최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 중심지에 있는 황금 사자상 앞에서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자상 뒤로 중국 자본들이 올리는 있는 건축물 공사가 한창이다. 사자상 회전교차로(육거리)에는 어느 방향을 바라봐도 공사장이다.

태국만을 마주하고 있는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최대 항구도시인 동시에 유럽인들에게 인기를 끌던 조용한 관광ㆍ휴양도시.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없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캄보디아지만 훈 센 총리가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중국에 밀착하면서 수년 전부터 그 분위기가 180도 바뀐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미국 견제를 피해 해양으로 세를 확장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저작권 한국일보]중국의 일대일로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강준구 기자

지난 28일 찾은 시아누크빌은 온 도시가 공사장이었다.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 공사장이 아닌 곳을 찾기는 힘들었다. 시내 웬만한 길은 공사 차량들이 다니면서 망가져 움푹움푹 패었고,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스카이라인은 공사장에 세워진 크레인타워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현지 안내를 맡은 소테라(36)씨는 “건설 현장 대부분이 중국 자본에 의한 것”이라며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내 중국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시아누크빌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국인들이 몰려들면서 중국어 간판들이 크메르-영어 간판을 빠른 속도로 밀어내고 있다.

크메르어-영어로 써진 간판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긴 했지만, 중국어 간판들이 거리를 압도했다. 소테라씨는 “공사장도 중국, 그 현장 인부, 자재도 중국, 그들이 자는 곳도, 먹고 마시고 노는 곳도 모두 중국 자본 업체들”이라며 “그들이 우리한테 일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외 도움 주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시아누크빌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 규모를 10만명으로 추산했다. 시아누크빌 현지인 인구는 15만명이다.

시아누크빌 시내 풍경. 중국 자본에 의한 호텔, 카지노,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에서 나온 쓰레기, 움푹 패인 도로의 물을 피해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위태롭게 달리고 있다.

시아누크빌 시내 거리 풍경. 중국 자본에 의한 호텔, 카지노,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에서 나온 쓰레기, 공사장 차량들이 지나면서 망가져 움푹 패인 도로의 물을 피해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위태롭게 달리고 있다.

중국인들이 몰려오면서 캄보디아 현지인들의 불편과 불만 수준은 상당했다. 상수도 공급이 달려 도시 전체가 제한급수를 실시하는가 하면 시내 주택 월세 시세는 2017년 50달러 수준에서 현재 200~300달러 수준으로, 3배 이상 치솟았다.

시아누크빌 내 유일하게 싱가포르 자본이 단독 개발한 한 고급아파트 분양 사무소에서 관계자가 주변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90% 가량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아파트를 구매한 손님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 싱가포르 부동산개발 업체 관계자는 “2015년 ㎡당 100달러 수준이던 토지 가격이 현재 2,700달러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며 “집과 땅을 팔고 밖으로 나간 현지인들이 시내로 다시 들어오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자본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이 밀려나는 상황), 즉 ‘차이나피케이션(중국을 뜻하는 차이나와 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현지에서 만난 교민 사업가는 “재래시장 상가 주인들도 절반이 중국인일 정도”라며 “한국, 일본인들이 비교하면서 재는 동안 중국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쓸어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시아누크빌 인근 한 언덕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40개 가량의 타워크레인들이 시내 스카이라인을 채우고 있다. 인구 15만의 도시에서 작동 중인 전체 타워크레인 수는 300~500개 이상으로 추정됐다.

시아누크빌 밖으로 밀려 나는 이들은 현지인만이 아니었다. 라타낙 해변 인근에 자리 잡은 한 호텔 카지노 주인 Y(56ㆍ이스라엘)씨는 “2004년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최근 중국인 고객 급증으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도 “그 때문에 러시아, 유럽인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1,000명가량의 러시아인들이 생활인프라가 갖춰진 시아누크빌 시내에서 지냈지만, 최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시아누크빌에는 중국 자본의 카지노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16년 당시 13개에 불과했던 카지노 수는 현재 공사중인 것들을 포함, 110개가 넘는다고 한다. 심지어 크루즈선을 이용한 바다위의 카지노도 개업을 앞두고 있다. 한 중국 관광객이 정박중인 크루즈 카지노가 보이는 해안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시아누크빌 이주’를 이끌고 있는 것은 중국 카지노. 현지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당시 13개에 불과하던 시아누크빌 카지노 수는 현재 110개 이상”이라며 “카지노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호텔이 있어야 하는 만큼 호텔, 리조트 건설이 붐의 중심이고, 이를 보완하는 중국인 시설들도 붐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곳곳에서 중국인들을 위한 대형 마트와 유흥 주점, 편의 시설물도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지난 22일 붕괴해 28명의 사망자를 낸 신축건물 공사장도 중국인이 짓던 사우나 시설이다. 현지 관계자는 “당초 3층 규모의 사우나로 허가를 받았지만, 2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8층으로 올리려다 난 사고였다”며 “현지인들을 무시하는 중국인들의 태도가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시아누크빌에 다양한 이유로 거주하는 중국인이 늘면서 중국어 간판들이 크메르-영어 간판을 빠른 속도로 밀어내고 있다. 주요 상권도 중국인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인이 인수해 운영중인 대형 마트 전경.

이날 찾은 사고 현장에서는 숨진 28명에 대한 위령제가 열리고 있었다. 구조 작업에 나섰던 현지 헌병대의 낌 안 중령은 “훈 센 총리가 건축 현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지시했다”며 “새 시장이 부임하면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훈 센 총리가 중국자본을 겨냥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지만, 현지에서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전수조사 행정력이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국은 건드릴 수 없는 수준의 존재”가 됐다는 게 이유다.

지난 22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시내에서 발생한 건물 붕괴 사고 현장 앞에 차려진 위령제 행사장에 유족 및 관계 기관 관계자들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8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한 것으로 최종 집계된 사고 현장은 훈센 총리의 현장 지휘로 구조 작업이 마무리 된 뒤 28일 현재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터였다.

도로를 막아서 차린 위령제 행사장 주변에서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행사장 뒤로도 중국인들이 짓고 있는 빌딩들이 눈에 띈다. 3층 규모의 사우나 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중국인들은 두 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다 참사를 냈다. 훈센 총리는 “시아누크빌 공사장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사실상 중국 자본을 겨냥한 것이다.

항공기들로 붐비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공항. 시골 도시의 작은 공항이지만, 하루 30편 이상의 항공기들이 운항한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중국인 투자, 관광객들 영향이 크다.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캄보디아 내 중고차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운전기사 럼씨가 2018년 5월 1만7,700달러를 주고 구입한 2002년식 도요타 하이랜드는 2019년 6월 현재 2만 달러를 줘도 못 구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신차 가격은 약 6만달러.

사자상 뒤로 중국 자본들이 올리는 있는 건축물 공사가 한창이다. 사자상 회전교차로(육거리)에서는 어느 방향을 바라봐도 공사장이 눈에 띈다.

캄보디아 최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 시내 풍경. 중국 자본에 의한 호텔, 카지노,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도시 전체가 중국 자본에 의한 공사장이다.

시아누크빌(캄보디아)=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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