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순
기자

등록 : 2020.06.05 01:00

[단독] 檢조서 증거능력 제한 8월 전망에…손혜원父 사건 “재판 연기” 요청

등록 : 2020.06.05 01:00

서울 남부지검 수사관들이 지난해 3월20일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에서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보훈 심사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손혜원 전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특혜 의혹에 연루됐다가 기소된 국가보훈처 간부가 “검찰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8월 이후로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8월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과 함께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보훈처 부하직원들의 검찰조서 증거 채택 여부를 그때 다투겠다는 취지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러 공모자들이 존재하는 조직범죄 등의 수사와 공소유지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임성현 전 보훈처 보훈예우국장(현 대전현충원장) 측은 지난 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공판 기일에서 향후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임 전 국장 측은 “청와대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조항을 올해 8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그 이후에 공범 진술조서의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했다.

보훈처는 지난해 손 전 의원 부친 고(故) 손용우 선생의 서훈 재심사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국회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손 의원의 오빠가 2018년 2월 전화로 재심 신청을 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당시 보훈처가 손 전 의원과의 면담 이후 심사를 진행했음에도 국회에 거짓답변을 했다고 보고, 책임자인 임 전 국장을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물증과 보훈처 직원들의 진술이 근거였다.

하지만 재판에선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보훈처 직원 일부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한 부하직원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시 생각해보니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임 전 국장 측 변호인은 “당시 직원들은 기소될 수도 있다는 심리적 압박 속에서 검찰의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것”이라며 “공범들의 검찰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형소법 개정 취지에 따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개정 형소법이 시행되면 피고인뿐 아니라 공모자의 검찰진술도 증거로 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그 동안 대법원은 경찰단계 공범 조서에 대해 “진술 당사자가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해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공범 조서를 인정할 리 없으니, 공범 조서는 사실상 휴지조각인 셈이다. 일선 재판에서도 피고인 측이 증거능력 판단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선 수사역량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 동안 검찰은 조직 내 상하 관계를 이용한 범죄를 수사할 때, 내부폭로 역할을 한 실무자는 처벌하지 않고 범행을 주도한 책임자만을 기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점을 찾기 힘든 보이스피싱 수사에서도 이런 수사기법이 활용됐다. 하지만 개정 형소법이 시행되면 이 같은 수사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개정 형소법의 시행시기나 적용범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통과 당시 4년 ‘유예기간’을 둔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검찰에선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전제 아래 조사를 진행했는데, 재판 중 갑자기 증거능력이 사라지면 공소유지가 어렵다”며 “시행하더라도 시행 이후에 받은 조서에 한정하는 등 경과규정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 공범 조서의 증거능력을 어떻게 정할 지는 새로운 판례가 나와야 정리될 문제”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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