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등록 : 2020.06.06 08:07

[생생과학] 고해상도 카메라 센서, 100년 넘은 사이드미러 대체할까

등록 : 2020.06.06 08:07

연비 높이고, 소음 줄이고, 혁신 디자인까지 ‘일석삼조’… 비용ㆍ안정성 과제

몇 년 전 한 ‘재벌 3세’가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저질러 지탄받은 적이 있다. 운전기사가 폭로한 피해사례 중 가장 충격적인 건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베테랑 운전자라도 사이드미러를 접고 제대로 운전이 가능했을 리 없다. 사이드미러는 운전석과 조수석 문에 달려 운전 중 양 옆, 뒤를 볼 수 있도록 장착한 후사경이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수 만 가지의 부품 중 하나이지만 또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100년 넘게 안전 운전을 책임졌던 사이드미러가 조만간 사라질지 모른다. 사이드미러 대신 고해상도의 카메라 센서를 장착한 이른바 ‘미러리스’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필수부품이지만 골칫거리

사이드미러의 등장은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동차 경주는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뤘다. 한 명은 운전자, 다른 한 명은 조수석에 앉아 직접 눈으로 차량의 양 옆과 뒤를 살폈다. ‘인간 사이드미러’였던 셈이다. 자동차 드라이버이자 엔지니어였던 미국의 레이 하룬은 좀 더 가볍고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2인승 자동차를 1인승으로 개조한 뒤 운전대 위에 거울을 장착했는데, 이것이 사이드미러의 시초다. 레이 하룬은 이 덕에 1911년 인기 자동차 경주인 ‘인디 500’에서 압도적인 속도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아내가 거울을 보며 뒷머리를 손질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사이드미러는 자동차의 역사를 바꾼 발명품으로 꼽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늘 골칫거리였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외관 탓에 유려한 자동차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공기저항을 키워 연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드미러는 자동차가 받는 전체 공기저항의 6~8%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자동차는 출시 전 흰 연기를 고속으로 뿜어 바람이 차의 곡선을 어떻게 통과하는 지 확인하는 풍동 시험을 받게 되는데 연기가 사이드미러를 지나며 꼬불꼬불하게 변하는 걸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기가 휘어지면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아 연료 소모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사이드미러는 소음 발생의 원인이기도 하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창문을 닫고 있어도 ‘웅’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사이드미러에서 나오는 풍절음(바람을 가르는 소리)이다. 이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방음재를 쓰면 이로 인해 차량이 무거워져 또 다시 연비 낭비로 이어진다.

◇효율+안전+디자인 ‘일석삼조’

사이드미러의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기술로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CMS)이 주목 받는다.

CMS는 기존 사이드미러가 있던 위치에 카메라 센서를 부착해 운전자가 내부 모니터로 양 옆을 볼 수 있는 장치다. 일본 토요타는 2018년 ‘렉서스 ES’의 최고급 사양에 CMS를 탑재했고 독일 아우디가 같은 해 선보인 전기차 ‘e-트론’에도 사이드미러 대신 CMS가 들어 있다. 국내의 경우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가 지난 해 최초로 CMS를 개발해 양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MS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모니터, 카메라 영상을 처리해 모니터로 내보내는 제어기로 구성된다. 모니터는 운전자의 시야 범위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도록 운전대 옆과 동승석 오른쪽 송풍구 위에 설치된다. 기존 사이드미러 위치에는 카메라 센서와 센서를 감싸는 외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모터만 달린다. 사이드미러보다 면적과 부피가 현저히 작아져 공기저항이 크게 줄어든다. 모비스 APS시스템설계팀 김건표 책임연구원은 “CMS를 통해 공기저항을 7~10% 낮추면 연비가 2%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CMS는 사이드미러에서 비롯된 풍절음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대차 관계자는 “CMS를 달면 사이드미러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40~50%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CMS 카메라 센서의 화면 각도는 35도 정도로 17도 안팎인 일반 사이드미러 각도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정도면 운전자가 굳이 고개를 돌려가며 사각지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김 연구원은 “사각지대란 개념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사이드미러가 사라지면 좁은 주차공간에서의 불편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이드미러가 있던 자리를 활용해 혁신적인 디자인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CMS 관련 법규를 앞 다퉈 손보고 있다.

국제연합(UN) 자동차기준세계포럼은 지난 2015년 자동차 안전에 대한 국제 기준을 개정하며 사이드미러 의무 장착 규정을 없앴고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이듬 해 미러리스 차량의 도로 운행을 허용했다. 한국도 2017년 카메라와 같은 기계장치가 거울을 대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CMS의 과제는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비용과 안정성이다.

시스템이 고가에 해당해 자동차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는데다 고속으로 달리고 있을 때 카메라 영상이 끊기거나 고장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비나 눈이 내려서 카메라 렌즈나 영상이 흐려지는 현상도 넘어야 할 벽이다. 모비스는 폭우나 폭설 등 악천후 속에서도 육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선명하게 주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CMS 개발 고도화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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