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표향 기자

등록 : 2020.06.19 04:30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서” 유튜버가 된 뮤지컬 배우들

등록 : 2020.06.19 04:30

‘영숙아트홀 이사장’ 뮤지컬 배우 신영숙의 애칭이다. 신영숙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유튜브 ‘영숙아트홀’을 열고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영숙아트홀’ 캡처

“안녕하세요. 영숙아트홀 이사장 신영숙입니다.”

‘이사장스러운’ 말투에다 옷차림까지, 짐짓 시치미 뚝 떼고 진지하게 인사하는 모습에 놀랄 법도 하다. 뮤지컬 배우 신영숙이 어디 극장이라도 하나 지어 극장장이 된 걸까. 실제 어떤 팬은 ‘영숙아트홀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검색해봐야 헛일이다. ‘영숙아트홀’은 신영숙의 유튜브 채널 이름. 카리스마 넘치는 21년차 베테랑 배우의 유튜버 변신은 요즈음 뮤지컬계의 화제다. 4월 초 채널을 만들었는데 구독자 수가 벌써 1만명에 가깝다.

‘영숙아트홀’에 올라온 뮤지컬 ‘레베카’ 패러디 영상. 신영숙이 1인 3역을 소화했다. 2019년 개인 콘서트를 위해 제작한 영상인데 다시 유튜브로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영숙아트홀’ 캡처

‘영숙아트홀’은 뮤지컬 ‘모차르트!’의 수록곡 ‘황금별’로 꾸민 ‘개관 기념 공연’을 시작으로, 개그 채널을 방불케 하는 재기발랄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뮤지컬 ‘레베카’의 주요 장면을 패러디한 ‘신영숙 혼자 하는 레베카’는 작정하고 망가지는 1인 3역 코믹 연기로 팬들을 자지러지게 했다. 최근에는 구독자들 사연을 소개하고 신청곡을 불러주는 코너까지 마련, ‘이사장’에 이어 ‘신디’(신영숙 DJ)라는 ‘부캐’로도 활약 중이다.

게시물마다 댓글이 넘쳐난다. 팬들은 “이렇게 유쾌한 분인 줄 몰랐다” “요즈음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힘이 난다”며 환호하고 있다.

신영숙은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면서 막막하고 힘들었다”며 “무대는 사라졌지만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 유튜브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공백기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뮤지컬 배우 카이(위)는 전공을 살려 클래식 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카이 클래식’을 운영 중이고, 뮤지컬계 사총사 엄유민법도 최근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유튜브 채널 ‘카이 클래식’ㆍ‘엄유민법’ 캡처

랜선 소통에 나선 뮤지컬 배우는 신영숙뿐만이 아니다. 성악을 전공한 카이는 최근 유튜브 채널 ‘카이 클래식’을 시작했고, 엄기준ㆍ유준상ㆍ민영기ㆍ김법래 네 명의 배우가 뭉친 그룹 ‘엄유민법’도 동명 유튜브를 개설했다. ‘카이 클래식’은 클래식 연주자와의 만남, 직접 녹음한 가곡 등 클래식 음악을 주로 선보인다. ‘엄유민법’은 TV 음악방송 데뷔 후기, 직접 쓰는 프로필 영상을 통해 ‘반백살 아이돌’스러운 ‘아재 매력’을 자랑한다.

‘오뚜기 3세’로 주목받은 뮤지컬 배우 함연지는 ‘햄연지’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전문 크리에이터다. 아버지 함영준(사진 왼쪽) 오뚜기 회장이 출연한 ‘어버이날 특집’ 영상은 140만뷰를 넘겼다. 유튜브 채널 ‘햄연지’ 캡처ㆍ샌드박스 제공

뮤지컬 유튜버로는 함연지도 빠질 수 없다. ‘오뚜기 3세’라는 배경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온라인 세상에선 유튜버 ‘햄연지’로 통한다. 오뚜기 제품으로 만든 요리, ‘햄편’이라 부르는 남편과의 알콩달콩한 일상 등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아버지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햄아빠’라는 이름으로 간혹 출연하기도 한다. 함연지가 ‘햄아빠’에게 오뚜기 요리를 대접하는 영상은 140만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인기는 뮤지컬로도 이어졌다. 함연지의 최근 출연작은 뮤지컬 ‘차미’. 초연작임에도 ‘햄연지’ 덕에 가족 단위 관객, 중장년 관객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는 제작사 측 귀띔이다.

뮤지컬 배우들의 유튜브는 자발적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신영숙은 휴대폰과 삼각대로 모든 콘텐츠를 찍는다. 카이도 기획, 섭외 등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 대단한 수익을 노린다기보다 즐겁기 위해 하는 일이다. 신영숙은 “평소 모습 그대로, 그간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것이라 일단 내가 즐겁고, 팬들이 좋아해 주시니 더 즐겁다”며 웃었다.

뮤지컬 기획사 한 관계자는 “뮤지컬 공연은 아무래도 배우와 관객이 밀접하게 대면하는 장르다 보니 배우들도 다른 장르에 비해 쌍방향 소통에 대한 욕구가 크다”며 “이런 특성이 유튜브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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