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람 기자

등록 : 2018.03.27 04:40
수정 : 2018.03.27 08:26

MB ‘실익 없다’ 판단한 듯… 검찰 2시간 설득에도 조사 거부

등록 : 2018.03.27 04:40
수정 : 2018.03.27 08:26

정치보복 프레임 강화해

재판에서 승부 보려는 전략

검찰 “또 한번의 자충수” 반응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거부로 검찰의 첫 구치소 방문 조사가 무산됐다.

지난 22일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첫 옥중 조사가 예고된 26일 낮 12시 10분쯤 이 전 대통령은 강훈 변호사를 통해 조사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신봉수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1시20분쯤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아 “혐의에 대해 소명하는 것이 좋다”거나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5차례 조사에 응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말로 이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 끝내 조사를 받지 않겠다면 인사라도 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조사 거부 입장이 담긴 서면만 강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전달하고 독방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시간가량 시도에도 불구, 빈 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이 ‘무망(無望ㆍ희망이 없음)’이라는 표현을 쓴 게 자포자기 의미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주변인 조사와 피의사실 공개 등 수사 방식에 대한 불만 표시와 함께 공정성 시비를 건 걸로 봐서 정치보복 프레임 강화를 노리면서 조사에 응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소환 조사 당시 검찰이 제시한 증거 자료와 자신을 각종 범행의 정점으로 지목한 측근 진술로 미뤄볼 때 추가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게 큰 의미가 없고, 재판에서 승부를 보는 게 낫다는 뜻이 읽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계속 설득해 조사할 방침이지만 옥중 조사 거부가 재판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라면 심경 변화가 있기 어려울 전망이다. 물론 검찰이 강제 구인해 조사할 수는 있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 등을 감안해 무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포기에 이어 또 한 번 자충수를 두는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즉, 검찰의 공격 내용을 알아야 향후 재판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조사를 받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14일 조사에서 검찰은 구속영장에 적어 넣을 혐의 위주로 질문해,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다른 혐의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점도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진술거부권이나 묵비권도 조사에 응한 뒤에야 주어지는 권리” 라며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법 절차를 무시하는 태도로 나오는 건 재판 과정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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