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기자

채지선 기자

등록 : 2016.01.05 04:40

"살기 힘든데 유치원비 추가부담" 학부모들 속끓는다

등록 : 2016.01.05 04:40

경기도 1월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등

보육대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

"이달 22만원 고스란히 떠안을판

정치싸움에 볼모…애 낳으라더니

어떻게 되는거냐" 문의·항의 빗발

교육부는 대법원 제소 거론하며

시도교육감 재의 요구 거듭 압박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에 따른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 대란이 임박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시내 한 유치원에서 수업이 한창이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교육 현장이 혼란 속에 신년을 열었다. 신정 연휴 3일이 지나고 새해 첫 등원하게 된 4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앞으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학부모 문의가 쇄도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 속에 누리과정 예산이 미편성되면서 보육대란이 코앞에 닥친 때문이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7곳은 어린이집 예산을, 서울 경기(준예산) 광주 전남은 유치원 예산까지 편성하지 않았다. 교육 현장의 불안에도 불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치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보육대란까지 1~2개월 여유가 있다며, 계속해 시도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교육청들도 정부 책임이라고 맞서는 모양새를 2년째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이번 달부터 보육료 지원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학부모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지역의 불안감이 특히 높다. 전남 여수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은 게 맞는지, 앞으로 학부모가 누리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지방의회 갈등으로 사상초유의 준예산 체제에 돌입한 경기 지역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의 우려는 극에 달하고 있다. 만 5살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김모(41)씨는 “특별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16만원 넘게 추가로 내고 있는 데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되면 가계에 타격이 커진다”고 했다. 만 4세, 3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보내야 하는 신모(37)씨는 “지원이 끊기면 추가비용이 40만원 넘게 늘어나 생활이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당국은 예산편성이 되지 않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2월말까지, 유치원 누리과정은 1월말까지 버틸 수 있으니 안심하고 보내도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1~2개월의 여유가 있다는 정부의 계산은 틀린 소리란 게 교육 현장의 지적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도교육청이 25개 시군교육지원청에 지원해야 할 1월분 유치원 누리과정비 410억원을 보내지 못하면서 보육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음재 경기도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정부와 교육청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 당장 이달부터 사립유치원의 경우 1인당 지원금 22만원이 고스란히 학부모 부담이 된다”며 “원아들이 35만명에 달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당장 이번 달부터 지원이 끊기면 아이들 보육도 문제지만 보육교사, 교직원들 인건비도 감당이 안 된다”며 “정치 싸움에 교사, 학부모, 어린이 모두가 볼모가 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국적인 보육대란은 유치원 교육비 지원금이 해당 유치원에 지급되는 이달 25일을 전후해 가시화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은 이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ㆍ도교육감들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예의 입장만 반복했다. 여기에 교육부는 시ㆍ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의회에 재의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고, 시ㆍ도의회에서 통과된 예산에 대해서는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더 높였다. 그렇지 않아도 누리과정 책임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태인 셈이다. 실제 회원수 200만명을 웃도는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누리과정 예산 갈등과 관련해 “보육은 국가 책임이라며 애를 낳으라더니…거짓 공약하고 당선만 되면 끝인가”, “나라에서 맨날 말 바꾸니 부모들은 속 터진다” 등의 비난 글이 급격히 늘고 있고, ‘4월 총선 심판론’도 나오고 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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