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등록 : 2020.06.10 08:15

AIㆍ5G 무장한 스마트공장… 제조업도 ‘언택트’ 대세

등록 : 2020.06.10 08:15

[첨단의 일상화, 언택트 산업]

건설 과정을 자동화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종합관제 솔루션 ‘컨셉트-엑스’가 적용된 충남 보령시의 시연장에서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장비들이 무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말 충남 보령시에 있는 성능시험장에서 건설 종합관제 솔루션 ‘컨셉트-엑스(Concept-X)’ 시연회를 열었다. 컨셉트-엑스는 드론을 통한 3D 스캐닝으로 작업장 지형을 측량하고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자동 분석해 작업 계획을 수립한 뒤 무인 굴착기 등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건설 과정을 자동화한다. 양승만 두산인프라코어 신기술혁신팀 부장은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 수준의 자동화 기술을 건설 현장에서 구현하는 게 목표”라며 “2025년이면 사람이 아예 없는 공사장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연결 디지털 기술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비대면(언택트) 산업’의 부흥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재앙을 발전 동력으로 삼고 있는 언택트 산업은 제조업 생산 공정을 완벽하게 바꿔가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생산 설비가 빅데이터 처리를 통해 공정을 한 치 오차 없이 최적화하고, 각 설비들이 5세대(5G) 통신과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연계돼 한 몸처럼 움직이며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택트 생산의 첨병, 스마트공장

무인화ㆍ자동화로 상징되는 ‘언택트 생산’의 대표적 사례는 국내 제조 기업들도 앞다퉈 구축하고 있는 스마트공장이다. 철강, 화학, 정유, 조선 등의 작업 현장에서 힘들고 거친 노동을 로봇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세계의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어두운 밤에 빛을 밝혀 길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IoT와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공장에 부여되는 영예다.

포스코 스마트공장의 핵심은 지난 50년간 이어진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AI를 통해 학습시킨 플랫폼 ‘포스프레임’이다. 작업자가 매 시간 체크하던 쇳물 온도를 AI가 제어하는 등 철강 장인들의 수십 년 경험이 축적된 ‘감(感)’을 최적의 공정으로 재탄생시켰다. 최첨단 스마트 고로인 포항제철소의 제2고로는 AI 기술 접목 후 일일 생산량이 240톤 늘었다. 연간 중형 승용차 8만5,000대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저부가가치 업종으로 인식되는 섬유 산업에도 스마트화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동대문시장에는 고객이 주문한 옷을 24시간 이내로 생산하는 매장이 문을 열었다. 고객이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서 기본 디자인 패턴을 선택한 후 취향에 따라 색깔, 소매 길이, 단추, 주름 등을 고르면 고객과 체형이 같은 아바타에 가상으로 피팅해서 완성품을 입체적으로 재단한다. 고객이 결제를 마치면 인근 봉제공장에 재단 결과가 전달되고 24시간 안에 ‘나만의 옷’이 만들어져 배송된다.

◇언택트 산업 부흥 핵심은 AI 인재 양성

이처럼 생산 부문의 ‘언택트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은 AI다. AI가 전 산업에 파급되면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산업구조 자체에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AI 기술 패권을 좌우할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AI 기술 대중화를 앞당길 5G 통신 보급이 올해 본격화했고,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 114조달러(13만7,826조원)로 추정되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AI를 활용하면 최대 14%(약 15조7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AI 기술은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중국 등과 비교해 뒤처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인공지능 기술활용인재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AI 기술 수준은 1위 미국의 81.6% 수준이다. 유럽(90.1%)은 물론 중국(88.1%), 일본(86.4%)보다 낮다. AI의 ‘원유’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 수준 역시 미국 대비 83.4%에 불과하고 유럽(92.7%), 중국(87.7%), 일본(84.8%)에도 뒤져 있다.

우리나라의 ‘AI 지체’는 근본적으로 전문인력 부족에서 비롯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지난해 말 발간한 ‘인공지능 두뇌지수: 핵심인재 분석과 의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AI 핵심 인재 500명 중 한국 출신은 1.4%로 미국(14.5%)과 중국(13.0%)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승환 SPRi 책임연구원은 “AI 시장의 빠른 기술 진화를 고려하면 인재양성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국가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며 “대학원부터 보편교육까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자원을 총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AI 강국과의 연구교류 확대, 해외 핵심인재와의 협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최근 AI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분야를 초월한 협력에 나서는 건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KT와 현대중공업지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국내 AI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학연 협의체 ‘AI 원팀’을 구성한 일이 대표적으로, 최근엔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이 팀에 가세했다. 올 초엔 국내 통신ㆍ제조ㆍ인터넷콘텐츠 부문의 대표주자인 SK텔레콤-삼성전자-카카오가 ‘AI 동맹’을 맺기도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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