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혁 기자

등록 : 2018.11.28 11:00
수정 : 2018.11.28 13:36

[뒤끝뉴스] 예산심의 파행 배경과 해법은?

등록 : 2018.11.28 11:00
수정 : 2018.11.28 13:36

27일 오전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여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안상수 위원장과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안 위원장,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내년 정부 예산안 중 4조원 가량의 세수 결손이 생긴 것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예산안 심의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세수 결손을 메울 수 있는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6일 ‘예산심사’ 중단을 선언했죠. 이후에도 이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내달 2일까지인 예산안 국회 통과 법정 시일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4조원 논란이 뭐길래 여야가 또 다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정부는 매년 그 이듬해 예산안을 편성해 9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합니다. 여기엔 내년에 국가가 얼마를 벌어 어느 정도를 쓰겠다는 총수입과 총지출 내역이 포함됩니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는 2019년 예산안에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을 지출하되, 총수입으로는 올해보다 7.6% 증가한 481조3,000억원을 거두겠다고 밝혔습니다. 총수입 중 세금으로 거두는 수입은 올해보다 11.6% 증가한 299조3,000억원에 이릅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산안이 9월 국회에 도착했고, 이달 들어 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세입과 세출이 조정되고 확정됩니다.

여야가 첨예하게 갈등하는 부분은 내년 세수가 당초보다 4조원 쪼그라든 대목입니다. 이는 정부가 10월 말 발표한 ‘재정분권 추진방안’과 이어 지난 6일부터 시행한 유류세 인하 정책에 기인합니다. 정부는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통해 중앙정부에 귀속된 세금과 재정을 지방정부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지방정부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테니까요. 이를 위해 우선 현재 11%인 지방소비세율을 내년에 15%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내년 3조3,000억원 가량의 지방 재정이 확충됩니다. 그만큼 중앙정부 수입은 줄어듭니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내년 5월6일까지)로 1조4,000억원 가량의 세입도 감소합니다. 대신 9ㆍ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더 많은 종합부동산세를 거둬들이기로 했습니다. 이를 종합하니 애초 국회 제출안보다 대략 4조원 정도 줄게 됩니다. 이런 정책들은 모두 예산안을 제출한 뒤 예산안 국회 심사 전에 이뤄진 것들입니다.

야당은 이렇게 줄어든 4조원을 채울 대책을 정부가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책을 정부가 가져오지 않자 26일 예산 심사 보이콧을 선언했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이름도 거창한 470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짜면서 무려 4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예산 착오"라며 "예산을 심의하는 그 누구라도 4조원의 세수결손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간사 회의에서 기재부 차관이 정부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며 “이는 국채를 발행해 나라 빚을 늘리는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비판했죠. 야당의 이런 반응은 지출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수입이 줄면 정부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정말 대책이 없을까요? 현재로서는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맞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수입이 줄면 그 대책으로는 크게 세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출을 줄이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돈을 더 벌거나 아니면 빚을 내야 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집니다. 어느 방법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지출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현재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감액심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가져온 안에 대해 가위질을 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입니다. 세입이 줄어든 만큼 지출을 줄일 수 있을지 따져볼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세입을 확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겠죠. 현재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세법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조세지출(과세 감면)을 줄여 결손인 4조원을 채울 수 있는지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부족할 경우는 국채를 발행해 빚을 지는 방법이겠죠. 이것은 정말 마지막 방안입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은 여기에 있습니다. 4조원만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죠. 우선 현재 국회 심사과정에 있는 감액이나 세법개정안 심의를 통해 방법을 찾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 정부입장인데, 이 과정을 건너뛰고 4조원 결손에 대한 대책만 요구하니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정부가 대책이라며 세출 4조원을 줄이는 방안을 가져오거나 조세지출 축소 방안을 내놓는다면 또 다시 예산안 심사나 조세소위를 해야 합니다. 이 경우 내년도 예산안 통과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세수 결손은 중앙정부 재원이 지방으로 옮겨가거나 서민을 위한 정책의 일환인 만큼 예산 심의 지연이나 파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을 설득하거나 납득시킬 수 있는 내용인 만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기재부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야 협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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