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논설위원

등록 : 2019.12.05 20:00

[논담] “지난 10년간 학종 부작용 방치한 교육부 책임 통감”

등록 : 2019.12.05 20:00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만든 박백범 교육부 차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3일 대입 개편안을 놓고 이충재 수석논설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입 정시 비율 40% 확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교과활동 단계적 폐지가 핵심인데 특히 정시 확대로 인한 공교육 훼손 우려가 크다. 잦은 입시 변경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도 넘친다. 교육부는 왜 이런 결정을 했고, 배경은 무엇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박백범 교육부 차관에게 들어봤다. 30년 넘게 교육 관료 경력의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학종의 부작용을 방치한 교육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새 대입 제도의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로 여론을 의식한 대통령이 한마디하자 교육부가 부랴부랴 정시 확대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비판이 많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통령 시정연설은 10월 22일이었는데, 앞서 교육부는 10월 초부터 학종 운영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면서 정시 확대의 불가피성을 인식했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청와대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다. 정시 확대를 전체 대학으로 할지, 아니면 학종 비율이 과도한 대학만 골라 할지 등을 논의했다. 물론 대통령의 언급이 강도나 속도를 높였을 수는 있으나 느닷없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불과 1년 만에 근본적인 변화가 담긴 새 방안을 내놓으니 혼란이 없을 수 없다.

“입시제도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변화를 최소화한다는 게 교육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번엔 학종의 불공정 여론이 워낙 크다는 상황 변화가 있었다. 정시 확대 발표를 놓고도 학부모들은 ‘수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한 반면 교사들은 ‘수능을 줄여야 한다’며 맞서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로서도 이런 주장 사이에서 나름 절충점을 찾기 위해 애썼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청와대가 출범 때부터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는데.

“작년 대입 공론화 때도 청와대에서 그런 요구가 있었다. 학종이 좋은 제도이기는 하나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불공정이 커졌다는 인식에서다. 전임 김상곤 부총리 때도 정시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국정과제와 공약 실현이 급하다고 생각해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당시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유보한 것도 정시 축소, 학종 확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 정시 확대 기조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능의 공정성과 학종의 타당성을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를 줄곧 고민해 왔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 다양성 확대라는 정책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그런 점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시 40% 확대 조치를 전체 대학이 아닌 학종과 수능 불균형이 심한 16개 대학으로 한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역으로 보면 학종 편중으로 정시에서 한 명도 뽑지 않는 학과도 수두룩하다. 서울대도 그런 모집단위가 많다. 이번 정시 확대로 수험생들의 선택권이 커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정시 확대가 사교육 의존도를 높여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 강남과 목동의 부동산이 벌써 들썩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교육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도 없다. 이번 발표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이 실제로 학종은 거의 줄지 않을 거란 점이다. 16개 대학 중 서울대와 고려대를 제외한 대학은 논술 비중이 10%가 넘는다. 교육부로서는 사교육 유발 요소인 논술을 폐지하거나 최대한 줄여 정시로 돌린다는 것이다.”

-정시 확대를 주요 대학으로 제한했다고는 하나 다른 대학들에도 파급 효과가 크지 않겠나.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수시 전형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다수 대학이 수시를 선호하는 이유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 대학의 정시 확대를 따라가거나 지나치게 수능에 쏠리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종에서 비교과 영역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학생 선발의 변별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학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정시 모집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을까.

“이미 입증이 됐듯이 학종으로 들어온 입학생의 경우 학점이나 학과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반면 진로나 적성과 무관하게 수능 점수에 맞춰 들어온 학생들은 만족도가 떨어지고 이탈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대와 한양대에서도 그런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대가 수시와 학종을 선호하는 데는 이런 근거가 있다. 수시 선발의 어려움을 들어 정시로 급격히 쏠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학종에서 이른바 ‘세특(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비중이 커졌는데, 정규 교육과정의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반면 교사들의 역할이 커지는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물론 교사의 책무성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학교 분위기에서는 비위 등이 발생할 여지가 그리 크지 않다. 교사로서의 자존심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따른 평생 직장에 대한 애착도 커졌다. 학교 현장에서 촌지가 사라진 지도 오래됐다. 무엇보다 세특 작성에는 학생 한 명당 40~50명의 교사가 참여한다. 분량도 100장이 넘는다. 어느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가 없다. 공정성은 크게 강화되리라고 확신한다.”

-자기소개서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교육부가 유지 의견을 내 존속됐는데 갑작스럽게 폐지한 이유가 뭔가.

“자소서에 대한 학부모와 대학 반응이 상반된다. 작년 공론화 때는 폐지 의견이 68%나 나왔다. 교육부로서는 자소서의 순기능을 고려해 남겼던 건데, 그후 시민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폐지를 요구했다. 실제 이번에 학종 실태 조사를 해 보니 자소서에 기재돼서는 안 될 내용이 많이 들어가는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당초 취지와 다르게 학원과 컨설팅에 의존하는 등 많이 변질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소서를 폐지해도 학생 선발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우리 사회에 신뢰가 더 쌓이면 향후 재도입할 여지는 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이 강한 구술과 면접 비중이 높아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내년 입시부터 면접의 전 과정을 녹화해 10년 동안 보존하도록 했다. 대학에 제공하는 학종의 모든 자료를 이름과 학교를 가려 블라인드 처리를 하게 된다. 고교에서 대학에 제출했던 학교 소개 성격의 ‘고교 프로파일’도 전면 폐지했다. 출신 고교의 후광 효과를 차단하고, 선발 과정의 신뢰도가 높아지리라 본다.”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데 정시 확대 조치와 방향이 다른 것 아닌가.

“모순되지 않는다. 지금의 정시 확대는 학종으로 과다하게 쏠린 전형의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수능을 ‘미래형 수능’으로 바꾸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채점 기준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출제는 교육과정평가원이 하고 채점은 대학이 하거나 교육청별로 교차 채점을 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잠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수능 형태도 선택과목 위주의 학점제 취지에 맞게 유형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서술형 수능’이 도입된다면 큰 변화인데 공론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물론이다. 내년 일년 내내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공론화를 거칠 계획이다. 시끄럽더라도 여러 의견을 수렴해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이런 공론화를 거쳐 2021년 상반기에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고 2028학년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 기간 5, 6년 동안 착실히 준비하면 무리가 없을 걸로 보인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 방침을 밝혔는데, 당초 정부 출범 때는 법령을 개정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가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한 재승인 쪽으로 돌아선 이유가 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처절한 반성이 있었다. 단계적 폐지로 바꾼 이유는 반발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꼴이 됐다. 엄밀히 말하면 폐지라고 할 수는 없다. 자사고와 외고 명칭을 그대로 쓰고 교육 과정에도 변화가 없다. 다만 학생 선발권을 제한한 것이다. 사실 자사고 설립 근거는 법으로 명시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 정부 때 자사고를 대폭 확대하면서 편법으로 시행령으로 만들면서 논란을 키웠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신뢰의 부족이다. 대입이나 학종에 대한 불신 모두 신뢰가 부족해 생기는 문제다. 사실 이번 학종 실태 조사를 한 달 내내 했는데, 그렇게 뚜렷한 비리나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적된 사항 대부분은 불공정 요소로 보이는 것들이고 고의적인 문제점은 거의 없었다. 교육은 제로섬 게임이므로 대입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임금 격차 해소라든지, 복지 증진 등 사회 전반적인 불평등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인터뷰=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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