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8.10.13 04:40

[아하! 생태] 육지와 바다 생태계의 완충지, 해안사구를 지켜주세요

해수 막는 자연방파제 역할... 흰물떼새, 모래거저리, 표범장지뱀 등 터 잡아

등록 : 2018.10.13 04:40

2016년 여름에 촬영한 전남 신안군 띠밭너머 사구. 국립생태원 제공

룰루랄라~ 평평한 송림 그늘아래 텐트치고, 수영복 갈아입고 바다로 풍덩! 여기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준비운동만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생태계에 중요한 ‘해안사구’를 해치는 일이라는 겁니다. 과거에는 해안 인접한 곳에 인공구조물을 세우면서, 최근에는 야영장으로 활용하면서 많은 해안사구가 훼손되고 그 속에 살던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해안사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보통 바닷가, 해변이라고 하면 떠 올리게 되는 이미지 속에 해안사구가 포함되어 있지만 어느 곳이 해안사구인지 잘 모릅니다. 다행히 용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구는 ‘모래 사(砂)’와 ‘언덕 구(丘)’라는 한자가 가리키듯 모래가 쌓여 이루어진 언덕이란 의미입니다. 그리고 해안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기 때문에 해안사구는 해안가에 있는 모래언덕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해변 뒤쪽으로 모래가 쌓여 언덕진 곳이 해안사구입니다.

해안사구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모래의 공급원인 해안의 상태가 중요합니다. 해안에 모래가 많은 경우 그 모래가 바람에 날려 육지에 쌓이면서 사구가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래가 충분한 경우에도 모래알갱이가 너무 크거나 바람이 약하다면 모래가 이동할 수 없습니다. 또 날린 모래가 쌓일 수 있는 배후 공간이 없다면 사구는 형성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처럼 사구의 재료인 모래, 이동수단인 바람, 쌓일 수 있는 공간의 조건이 잘 갖춰진 경우 형성될 수 있습니다.

해안사구의 구조. 국립생태원 제공

우리나라에서 사구가 형성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은 서해안입니다. 서해안에는 대하천 하류에서 이동한 모래, 실트(모래와 점토의 중간 굵기인 흙) 등이 퇴적되어 넓은 사질해안과 간석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겨울에는 북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많은 양의 모래를 내륙으로 이동시키지요. 그래서 넓은 폭의 해안사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동해안에 없는 건 아닙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동해안의 모래는 서해안보다 입자가 굵기 때문에 바람으로 이동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신 동해의 연안류가 이동하면서 쌓은 모래를 파도와 바람이 배후로 옮겨 사구를 형성합니다. 그러다보니 서해안은 폭이 넓은 사구가 많았고, 동해안에는 길이가 긴 사구가 많았습니다.

상승사구의 구조. 국립생태원 제공

상승사구인 인천 옹진군의 모래울사구. 국립생태원 제공

사구는 해안에서부터 해빈, 초기사구, 전사구, 배후사구로 이어지면서 기복의 변화가 나타납니다. 전사구와 배후사구의 높은 언덕(사구마루) 사이에 고도가 낮은 사구저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에 물이 고이면 사구습지가 됩니다. 이런 전형적인 사구 이외에도 해안가 근처에 경사가 완만한 산이 있는 경우 사면을 따라 모래가 얇게 쌓이면서 형성되는 사구(상승사구)도 있습니다.

◇사구는 왜 중요할까요

단지 모래가 쌓여 있는 곳인데 왜 사구가 중요할까요? 해안사구는 모래로 이루어진 자연해안입니다. 모래 알갱이들 사이에는 공간(공극)이 있기 때문에 수분을 함유할 수 있습니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는 고체이지만 사구 전체는 물과 바람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풍, 해일에 의해 높은 파도가 쳐도 에너지를 흡수하여 분산시키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사구의 전면부가 무너지기도 하지만, 해빈의 모래가 다시 이동을 하면서 짧게는 수개월 내에서 수 년 사이에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됩니다. 이에 반해 재해방지를 위해 설치된 콘크리트 방파제는 어떨까요. 파도가 지속적으로 치면 방파제의 전면 아래쪽이 계속 침식되고 어느 순간 강한 파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보수를 하고 더 강한 방파제를 짓기 위해서는 다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줘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해안사구를 자연방파제라고도 얘기합니다.

사구는 또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면을 높여줍니다. 사구의 지하수는 염분의 농도가 낮은 담수로,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해안과 가까운 곳에서 농사가 가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전남 신안군의 한 전사구 전면에 모래가 퇴적되어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사구는 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구단면에 모래가 쌓인 결(층리)을 살펴보면 쌓일 당시의 바람방향을 알 수 있고, 사구의 연대측정을 통해 형성시기, 성장, 쇠퇴 등 환경의 변화도 알 수 있습니다. 모래가 쌓인 틈 사이로 다른 물질이 섞여 있다면 과거 환경변화나 태풍, 쓰나미 등 큰 기후사건 등을 유추해 볼 수 있지요.

사구는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성격이 다른 두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점이지대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공간이 없다면 생태계의 단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모래 속에 살고 있는 곤충과 듬성듬성 난 초본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표범장지뱀, 모래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초본들 사이에 곤충을 먹이로 하면서 번식하는 흰물떼새 등 사구에는 모래라는 독특한 환경에 적응하여 사는 동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안사구는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해줍니다.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배경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육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혹독하지만 조화롭게 공존하는 해안사구 생태계

바다에 인접한 이 해안사구 공간이 동식물이 살기에 좋은 공간은 아닙니다.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는 백중사리나 태풍이 불 때면 염분농도가 높은 바닷물이 사구 생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이런 환경을 표현할 때 우리는 ‘혹독하다’ 라고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사구를 조사하다 보면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가지고 주변의 환경과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구에서는 몸집이 큰 대형동물을 쉽게 만날 수는 없습니다. 조사를 통해 간혹 멸종위기야생생물인 삵, 수달, 숲에서 볼 수 있는 고라니, 멧돼지, 멧토끼 등의 흔적이 확인되는데, 이 동물들은 사구와 생태적으로 연결된 주변의 해안이나 산림에서 서식하면서 사구를 활동공간의 하나로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외 동물들은 작고 사구 식물 틈에 살고 있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야 합니다.

충남 보령 소황사구의 초기사구에 식물들이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사구가 시작되는 초기사구에는 초본식물이 정착합니다. 하지만 초기사구는 강한 바람이 불면 언제든지 사라지고 다시 쌓일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입니다. 본격적으로 사구가 시작되는 전사구에는 초본의 밀도가 초기사구보다 높습니다. 사구의 모래가 좀 더 안정화했다는 의미입니다. 사구식물은 사구가 안정화되고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높은 파도에 의해 전사구가 침식된 곳에서 사구식생의 뿌리를 볼 수 있습니다. 뿌리의 길이가 길고 잔뿌리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척박한 모래땅에서 수분과 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더불어 사구의 모래를 고정시켜 주기 때문에 사구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사구 위의 식물에 의해 풍속이 감소되면서 모래가 퇴적되고 사구가 성장합니다. 사구의 모래와 식물 사이에 살고 있는 곤충들은 바다로부터 유입된 해양부유물이나 사구 식물을 먹이로 하며 삽니다. 모래를 체에 거르거나 컵으로 된 트랩을 설치하면 모래거저리, 큰조롱박먼지벌레와 같은 딱정벌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범장지뱀은 사구초본이 잘 발달되어 있는 곳에 서식하는 종으로,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이자 사구를 대표하는 종입니다. 모래 속에 구멍을 파고 살면서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하지만 사구 초본이 감소하고 인위적인 훼손이 많아 지금은 한정된 곳에서만 표범장지뱀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봄철 해안을 거닐다 보면 작은 몸길이의 흰물떼새가 잰걸음으로 달리다 멈추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흰물떼새는 바닷가 모래땅, 하구 삼각주, 하천부지 등에 모래땅을 오목하게 파서 알을 낳고 번식하는 새로 해안가의 곤충 등을 먹이로 하여 살고 있습니다. 3월 하순에서 6월에 번식을 하기 때문에 이 시기 무심결에 지나가는 발걸음, 레저용 오토바이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국내 해안사구 분포도. 국립생태원 제공

◇우리나라 해안사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2016년 국립생태원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189개의 해안사구가 있습니다. 전라남도(58개) 충청남도(42개)가 많고, 다음으로 강원도(30개)가 많습니다. 전체 면적으로는 충청남도가 약 15.0㎢로 가장 넓은 면적의 사구가 남아있고, 다음으로는 전라남도 11.6㎢, 강원도 11.3㎢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항공사진을 보면 서해안의 해안사구는 내륙 깊은 곳까지 형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는 대규모의 사구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남아 있는 사구 중 가장 면적이 넓은 사구는 충남 태안에 있는 신두리사구로 면적은 약 3.7㎢에 달합니다. 신두리사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넓은 사구초지와 사구의 기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충남 보령의 소황사구와 강원 강릉의 하시동ㆍ안인사구 역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고 변산반도, 태안, 다도해 국립공원 및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내부에 위치한 사구 일부는 관리를 통해 훼손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해안사구는 개발의 압력이 높은 곳입니다. 일찍이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던 곳에서는 상업시설, 관광시설이 들어서고 곰솔림 내부에는 해수욕장 부대시설이 설치되었습니다. 바닷가에 인접한 사람들의 생활권과 안전을 위해 주변에 방파제, 호안시설을 만들었습니다. 콘크리트와 같은 인공시설물은 바다의 흐름을 바꾸고, 전면에 쌓여 있던 모래가 깎여져 나가면서 모래해안이 점점 줄어들고 급기야 사구까지 침식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보고된 2017년 해안사구 목록을 기준으로 해방 전후(1940년~60년) 해안사구 면적(곰솔림 포함)과 현재의 면적을 비교해보면 약 79.4㎢에서 50.4㎢로 약 36.5% 줄어들었습니다. 여의도 면적(2.9㎢)의 10배에 해당되는 해안사구가 농경지, 상업시설, 주거시설, 도로 등으로 이용되면서 사라진 것입니다.

흰물떼새는 모래땅을 오목하게 파서 알을 낳고 번식하며 해안가의 곤충을 먹는다. 김우열 국립생태원 연구원 제공

최근에는 사구와 곰솔림 일대를 야영장으로 활용하면서 사구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야영객들의 편의를 위해 곰솔림 아래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파쇄석을 깔거나 외부의 흙을 부어 잔디를 심는 경우가 있는데요.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은 대규모의 개발은 아니지만, 해안사구의 기복이 파괴되고 사구식물이 모두 제거되는 등 조금씩, 조용히 사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파쇄석이나 흙에서 실려 온 외부 식물에 의해 사구식물의 생육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야영객이 설치한 텐트와 이동에 의해 사구 모래가 압력을 받아 식물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이 됩니다. 그 속에 살던 곤충과 동물도 서식공간을 잃게 되는 것이지요.

해안사구는 연안이라는 제한된 공간, 제한된 환경에서 형성되는 생태계입니다. 모래를 부어 인위적으로 복원한다 하더라도 바람에 의해 해안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환경을 그대로를 복원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해안사구라는 공간이 가지는 희소성과 가치를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무분별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지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 특정ㆍ보호지역조사팀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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