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범 기자

등록 : 2020.05.15 04:30

파란 눈의 목격자, 소설가, 밀레니얼… 10개의 시선으로 5ㆍ18을 다시 보다

등록 : 2020.05.15 04:30

5ㆍ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금남로 거리에서 경찰과 시민군이 대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금 우리에겐 목소리가 없어.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 바깥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게.”

1980년, 미국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파견된 청년 폴 코트라이트는 나주 호혜원에서 한센 환자를 돌보고 돌아오던 길에 ‘광주’를 목격하고 말았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감당할 길이 없어 끝없이 메모했고, 그 메모를 품 속 깊이 간직한 채 고국으로 돌아가 40년을 숨겨왔다. 코트라이트는 최근 출간한 회고록 ‘5ㆍ18 푸른 눈의 증인’을 통해 비로소 현장을 목격한 증언자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마음 속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매년 5월에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책들이 빠지지 않고 출간된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역사이자, 1980년 이후 수많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동력이 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올해, 더욱 다채로운 시각과 관점을 통해 5ㆍ18을 재조명하는 책들을 모아봤다.

◇바깥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날 광주

‘호텔리어의 오월 노래’(홍성표 지음ㆍ안길정 기획ㆍ빨간소금 발행)

전남도청 앞 광장과 금남로가 한 눈에 들어오는 광주관광호텔에서 바라본 5ㆍ18 기록이다. 당시 호텔의 영업과장이던 저자 홍성표는 폐점된 호텔에 남아 사건을 목격했다. 8층 높이 건물 옥상에서 집단 발포가 이뤄지고, 저격수들의 조준 사격에다 헬기 사격까지 더해진 현장을 직접 목격한 당사자의 증언이 진실의 사각지대를 비춘다.

‘제니의 다락방’(제니퍼 헌틀리 지음ㆍ김정혁 그림ㆍ이화연 옮김ㆍ하늘마음 발행)

광주기독병원 원목이자 부상당한 시민을 돌보고 광주의 진실을 알렸던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딸 제니퍼 헌틀리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동화다. 당시 만 9세에 불과했던 외국인 소녀의 눈에 비친 광주의 모습을 통해, 5ㆍ18을 겪어보지 못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5ㆍ18 푸른 눈의 증인’(폴 코트라이트 지음ㆍ최용주 옮김ㆍ로빈 모이어 사진ㆍ한림출판사 발행)

1970년부터 1981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으로 전남 나주의 나환자촌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폴 코트라이트의 회고록이다. 5월 14일 첫째 날부터 5월 26일 마지막날까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시간 순으로 이어진다. 타임지 사진 기자였던 로빈 모이어의 미공개 사진이 함께 실려 생생함을 더한다.

◇문학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5ㆍ18

‘꽃잎처럼’(정도상 지음ㆍ다산책방 발행)

광주민주화운동의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의 벌어진 결사항전을 중심으로 5ㆍ18을 들여다본 장편소설이다. 당시 도청에 남아있던 이들의 실존적 고민을 담아낸다.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과 들불야학 교사였던 박기순을 비롯해 소설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

‘광주 아리랑’(정찬주 지음ㆍ다연 발행)

광주민주화운동이 펼쳐진 14일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룬 장편소설이다. 식당 주방장, 요리사, 시장 상인, 운전수, 영업사원, 구두닦이 등 다양한 상황의 광주 시민들을 개별 이야기의 중심 인물로 세워 지금까지는 잘 조명되지 않았던 당시 광주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그려낸다.

‘5월18일, 잠수함 토끼 드림’(박효명 외 5인 지음ㆍ우리학교 발행)

6명의 작가가 모여 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소설집이다. 5ㆍ18을 키워드로 4ㆍ19혁명, 부마민주항쟁, 홍콩 시위, 불량급식 반대, 세월호, 홍콩 시위 등 역사를 바꾼 다양한 민주화 운동을 다룬다. 역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십대들의 관점을 통해 민주화 운동의 또 다른 의의를 발견한다.

◇더 깊게, 더 폭넓게 5ㆍ18을 재조명한다

‘요즘 광주 생각’(오지윤 권혜상 지음ㆍ꼼지락 발행)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광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인터뷰한 책이다. 도시 연구가, 역사학자, 교사, 광주 출신 청년, PD, 기자, 페미니즘 서점 주인, 의무경찰,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2명의 밀레니얼들이 바라본, 사건과 역사를 넘어 새롭게 이야기되는 광주의 모습이 담겼다.

‘안병하 평전’(이재의 지음ㆍ정한책방 발행)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신군부의 강경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과 경찰의 생명을 구한 안병하 당시 도경찰국장의 행적을 재조명한 평전이다. 안 전 국장이 남긴 유고 ‘비망록’의 행간에 시간과 공간을 덧입혀 80년 그날의 진실을 전남경찰의 입장에서 다시 본다.

‘한국 민주항쟁 답사기’(이혜영 지음ㆍ내일을여는책 발행)

풍부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민주 항쟁사를 재구성한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중심으로 함평 고구마피해보상 투쟁, 나주 수세거부 투쟁, 여순사건 등 광주 전남 지역의 주요 항쟁 기록을 지도와 함께 담았다.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박래군 지음ㆍ출판사 클 발행)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한국현대사의 역사적 현장들을 직접 찾아 인권의 시각으로 정리해낸 답사기다. 저자는 제주 4ㆍ3, 광주 5ㆍ18, 세월호 참사 현장, 서대문 형무소, 남산과 남영동 고문실 등을 둘러보며 국가가 개인들에게 저지른 폭력과 범죄의 흔적을 기록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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