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빈 기자

등록 : 2019.11.15 18:53

시진핑 엄포로 홍콩 긴장 최고조… 법무장관은 영국서 시위대 마주쳐 ‘부상’

등록 : 2019.11.15 18:53

14일 영국 런던에서 시위대와 충돌해 넘어진 테레사 청 홍콩 법무부 장관이 몸을 일으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순방 중 이례적으로 홍콩 시위의 폭력 종식을 강력히 촉구하는 특별 입장을 발표했다. 사실상 ‘최후통첩’ 성격의 경고라는 분석과 함께 중국의 대응 태세가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영국 런던을 방문한 테레사 청 홍콩 법무부 장관이 현지에서 시위대와 충돌해 부상당하는 초유의 일까지 발생, 홍콩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다다른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시 주석은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홍콩에서 과격 폭력 범죄 행위가 벌어져 법치와 사회질서를 짓밟고 있다”며 “시위가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면서 홍콩 질서 회복의 주체로 홍콩 정부와 경찰, 사법기관을 차례로 거론한 뒤 굳건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이 해외에서 홍콩 현안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지만 최근 들어 강경발언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4일에도 상하이(上海)에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과 만나 “법에 따라 흔들림 없이 폭력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아, 벌써 열흘 새 두 번째 경고가 나온 셈이다. 이날도 그는 시위대를 ‘폭력 범죄 분자’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시사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을 중국 지도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군 투입 등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미국도 다양한 경로로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전날 연례보고서를 통해 중국군의 무력 개입이 현실화될 경우 홍콩에 대한 경제적 특별 지위 부여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중국 본토 기업에 적용 중인 수출 통제 조치를 중국 기업의 홍콩 자회사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미 상원도 이르면 오는 18일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홍콩 시위대는 동요 없이 홍콩과 중국 당국에 대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 영국 런던에서는 연설을 하기 위해 공인중재인협회(CIArb) 건물에 들어가려던 홍콩 법무장관이 시위대에 가로막혀 몸싸움을 벌이다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테레사 청 장관은 논란 끝에 철회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다. SCMP에 따르면 런던 거주 홍콩인으로 보이는 시위대 30여명은 청 장관을 둘러싸고 몇 분간 “살인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구호를 연호했고, 그 과정에서 넘어진 청 장관은 팔을 다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동영상만으로는 청 장관을 넘어뜨린 사람이 시위자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그는 즉시 영국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고 “사건을 엄중 처리해 범인들을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청 장관의 부상 소식에 람 장관도 별도 성명을 내고 “시민사회의 선을 넘어선 야만적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난 받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한편 대학가와 대중교통 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반정부 시위가 15일에도 지속된 가운데 24일 예정된 구의원 선거를 의식한 듯 시위대의 유화 제스처가 나와 주목됐다.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벌이면서도 시위대는 중문대 인근 고속도로 차선을 막아놓은 바리케이드를 일부 개방해 “시민 불편 심화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13일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맞은 70세 환경미화원 노인이 14일 밤 끝내 사망하면서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 불편이 심화되고 유혈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강경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어 24일 선거를 앞두고 고조되는 홍콩 시위 사태의 향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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