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욱 기자

등록 : 2019.10.19 13:00

[그렇구나! 생생과학] 비행기 안이 사막보다 건조하다고?

등록 : 2019.10.19 13:00

객실 온도 평균 24도 맞추지만 습도 10% 뿐… 바이러스 못 버티는 청정 공간이기도

고도 3만피트에서 비행하는 여객기는 차가운 외부 공기를 데우고 정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계 장치를 갖추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출국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기내식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게 대부분의 승객들이다. 그런데 짐칸에 가방을 올려두고 자리에 앉아 어떤 영화를 보면서 비행 시간을 보낼까 한창 고민하게 될 때쯤,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하면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이렇게 춥지?“

승무원을 찾아 비행기 안 온도를 높여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다. 그럴 때면 승무원은 한결같이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손님, 죄송합니다. 담요 한 장 더 갖다 드릴까요?” 이런, 밝게 웃으면서 하는 말이지만, 추워도 어쩔 수 없으니 참으라는 얘기다.

◇객실 온도는 24도! 그런데 왜 추울까요?

항공사 측은 “여객기 실내 온도는 대부분 24도에 맞추려 한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온이라는 이유다. 상황에 따라 1도에서 2도 정도 오르락내리락 할 수는 있지만 24도가 기준이라는 뜻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24도라면 춥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원인은 습도에 있다. 보통 비행기 내부 습도는 10% 정도라고 한다. 통상적인 온도 24도를 기준으로 한 실내 적정 습도는 40~50% 정도다. 기내 공기에 수분이 매우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사막의 평균 습도가 약 15~30% 정도라는 걸 생각해보면 비행기 내부는 사막보다도 건조한 상태다.

건조한 날에 상대적으로 시원함을 느끼듯, 습도가 낮기 때문에 더 쌀쌀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항공사 설명이다. 비행기 안에서 한숨 자고 일어났을 때 목과 코가 건조하다거나 피부가 팽팽히 당겨지는 느낌 역시 낮은 습도 탓이라고 보면 된다.

가습기라도 설치해서 틀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 가습기를 틀고 다닐 만큼 대량의 물을 싣고 다니는 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의 무게만큼 비행기가 무거워지고, 무거우면 그만큼 연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 당연히 항공 비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높은 습도는 항공기 부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온도조절의 핵심’ 비행기 에어컨의 비밀

비행기가 떠 있는 고도의 온도는 당연히 낮다. 고도 3만피트 정도라고 한다면 이 때 외부 온도는 영하 50도 정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외부 공기를 그대로 비행기 안에 끌어다 쓴다면 비행 승객들은 북극이나 남극에 있는 가장 추운 공기 속에서 비행해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여객기 기내 공기흐름도

비행기 객실 온도를 조절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에어컨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시원하게 해주는 기계’와는 약간 결이 다른 일을 한다. 에어컨 가동에는 물론 공기가 필요하다. 일단 기내에 공급되는 공기 절반은 객실에서 배출된 것을 여과해 재활용해 사용한다. 나머지 50%는 항공기 엔진을 통해 들어온다.

우선 외부 공기를 기내로 유입하기 전 압축기를 통해 고온 고압의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 공기는 200도 정도까지 가열 되는데, 대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오존을 산소로 변화시켜 객실에 공급해주는 오존 정화장치를 거쳐 에어컨으로 옮겨진다. 이 때 공기가 적당한 온도로 냉각 돼 재활용된 실내 공기와 50대 50으로 합쳐져 객실 선반의 송풍구를 통해 기내로 공급 된다.

◇기내 공기는 깨끗한가요?

이 같은 과정을 거친 기내 공기는 헤파필터를 통해 여과 된다. 헤파필터는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최대 100마이크로미터 크기)와 연기,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99.9%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일부 기종에는 냄새까지 잡아주는 기체필터가 추가되기도 한다. 여기에 객실 공기의 흐름도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을 낮추는데 일조한다. 보통의 수평 방향이 아니라 수직으로 공기가 흐르는 것인데, 에어커튼처럼 승객의 머리 위에서 발 밑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기내에서는 보통 시간당 10번, 많게는 15번까지 공기가 완전히 교환된다고 보면 된다”며 “기내에서 발생하는 먼지나 냄새, 이산화탄소까지 모두 제거돼 신선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마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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