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호 기자

등록 : 2020.06.08 16:48

“밥값 차별 않겠다더니…” 광주복지재단의 두 얼굴

등록 : 2020.06.08 16:48

게티이미지뱅크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복지재단이 “정규직과 차별하지 않겠다”며 올해부터 공무직 노동자들에게도 매달 급식비를 주기로 하고 시로부터 관련 예산 4,300여만원을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 측은 급식비 미지급 이유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지만 공무직 노동조합은 “재단이 공무직 직원들에게 줘야 할 2억9,000여만원의 체불임금 재원으로 돌려쓰려고 급식비 지급을 미루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8일 복지재단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재단 산하 빛고을노인건강타운과 효령노인복지타운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직원 28명에게 급식비를 지급키로 했다. 지난해 노조가 “같은 공간에서 유사한 일을 하는데, 정규직에게만 급식비를 주는 건 공무직 직원들의 인권을 해치는 차별”이라며 개선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재단은 이에 따라 지난 1월부터 매월 공무직 노동자들에게 13만원씩 정액급식비를 주기로 하고 시로부터 올해 1년치 예산(4,368만원)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재단은 6개월째 급식비를 지급하지 않은 데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재단 측은 “공무직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체불 임금을 (올해)예산에서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공무직 노조원 23명이 “토요일 유급수당 등 임금 4억여원을 받지 못했다”며 재단을 상대로 광주고용노동청에 낸 진정 사건과 관련해 올해 3월 말 재단이 2억3,943만원을 지급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재단은 당초 올해 인건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체불 임금 지급 문제가 돌출하자 비상이 걸렸다. 당장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하지만 재단은 총액임금제에 묶여 있는 터라 시로부터 올해 임금총액을 초과한 추가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다. 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설 운영중단으로 발생한 미지급 시간 외 근무수당 등 잔여 예산을 끌어 모아 체불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재단 측이 급식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데는 급식비를 체불 임금 재원으로 충당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공무직 직원은 “지금 재단은 체불 임금을 지급하면 올해 임금총액을 초과한다는 핑계로 임금 항목에 포함된 급식비를 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급식비를 체불 임금 재원으로 돌려쓰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뭐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규직의 한 직원도 “재단이 부당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전남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거부해 부과된 강제이행금 수천만원은 내겠다면서도 직원들 밥값은 못 주겠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직원들의 이런 반발 기류에도 재단이 급식비를 주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재단이 급식비를 지급하려면 ‘광주복지재단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 등 관리 규칙’ 중 보수 관련 규정을 개정해 급식비를 공무직 임금지급 항목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아직도 해당 규정을 고치지 않고 있다. 재단은 1월과 5월 두 차례 관리 규칙을 고치면서도 보수 관련 규정엔 손도 대지 않았다. ‘재단은 국적, 성별, 신앙,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관리규칙 제4조(차별배제)를 재단이 스스로 어기고 있는 셈이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와) 합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만 짧게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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