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수
기자

등록 : 2020.06.03 01:00

[단독] 오산시청 앞 소녀상에 무슨 일이… 이마·눈 훼손 수개월 방치

등록 : 2020.06.03 01:00

CCTV 사각지대… 작년 12월 사진에도 훼손 흔적

지난 1일 오후 오산시청 앞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얼굴에 심한 긁힘 자국(빨간원)이 있는 등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전에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임명수 기자

경기 오산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훼손된 채 수 개월간 방치돼 있다. 시청사의 코앞에서 소녀상이 험한 꼴을 당하는데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녀상에는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구속하라는 손팻말과 수갑 등이 채워져 수난을 겪은 바 있어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근본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9일 오산시 한 시민이 자신의 블로그 올린 사진에도 긁힘 현상이 그대로 보이고 있다. 오산시 제공

2일 오산시와 시민 등에 따르면 시청 앞 광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이마와 왼쪽 눈과 코 사이에 못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긁은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소녀상 이마에는 왼쪽 가르마에서 오른쪽 눈썹 쪽으로 길게 원을 그리듯 긁힌 자국과 무언가로 콕 찍어 패인 것이 선명했다. 왼쪽 눈썹 아래에도 2개의 콕 찍은 상처가 나 있었다.

특히 왼쪽 눈 아래부터 코에 이르는 부분은 지그재그 식으로 수십 차례 의도적으로 긁은 모습이 선명해 보였다.

앞서 지난달 27일엔 이 소녀상 목에 코팅한 A4 용지 크기의 노란색 종이에 ‘윤미향을 구속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걸렸으며, 소녀상 오른쪽 의자에는 은색 수갑이 등받이와 윤 의원의 사진이 담긴 종이가 각각 채워져 시민단체가 이를 제거(본보 5월27일 보도)한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녀상이 훼손된 사실은 파악되지 않았다가 본보 기사 후 현장을 살피던 경찰에 의해 처음 확인됐다.

27일 오전 경기 오산시청 앞 광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에 '윤미향(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 및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구속하라'는 팻말과 수갑 등을 설치해 놓았다. 누가 설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독자 제공

문제는 소녀상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 놓여 누가 언제 훼손했는지 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훼손 시기가 최근이 아닌 수개월 전에 일어난 것으로 보여 범인 검거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 경찰은 지난해 12월 9일 오산시 한 시민이 올린 블로그에서 현재의 모습과 비슷한 형태의 긁힘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한 상태다.

오산시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손팻말 사건 이후) 경찰쪽에서 먼저 훼손된 사실을 알려왔고, 시기도 지난해 12월 9일 이전이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다”며 “관리주체가 우리가 아니어서 시민단체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훼손된 사실을 파악한 직후 정문 앞 CCTV를 소녀상쪽으로 방향을 바꿔놨으며 별도의 CCTV를 설치할 계획”이라면서 “훼손된 부분도 조만간 보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시민단체 측은 소녀상이 자꾸 윤미향 의원과 연결돼 부담스러워 해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고 있어 시간이 경과한 후 (고소고발 여부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소녀상 훼손은 현행법상 재물손괴에 해당돼 수사 대상은 맞다”면서도 “관리주체로부터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경기 오산시청 앞 광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모습. 임명수 기자

경기지역 소녀상 설치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소녀상을 설치해 놓고 관리여부를 따지기보다 훼손한 것 자체가 범죄행위”라며 “소녀상을 설치하려면 각 지자체들의 설치조례가 있어야 하고 그 조례에 따라 지자체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훼손되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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