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 기자

등록 : 2020.06.03 01:28

학원 방역 점검 나선 교육차관 “QR코드 10초면 되는데...”

등록 : 2020.06.03 01:28

“다 좋은데 에어컨 켜는 게 걱정이네요. 창문이 없어 환기가 안 될 텐데.”

강의실을 둘러보자마자 곳곳에서 우려 섞인 탄식이 나왔다. 층마다 문진표를 받고 체온 재는 직원을 3명씩 둔 학원 관계자들의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책상 하나 건너 붙어있는 ‘착석 금지’ 표지가 무색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창문 없는 방’을 공개한 학원 관계자는 “고3 학생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내신 공부를 위해 강의를 중단한 상태”라며 창문 달린 학생 자습실로 점검팀을 안내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 대치동 학원 밀집지역 특별점검을 위해 2일 오후 강남구의 한 학원을 방문해 학원생으로부터 불편사항 등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고1ㆍ중2ㆍ초등 3~4학년 학생 178만명의 등교개학을 하루 앞둔 2일 정부가 학원가 방역점검에 나섰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찾아 방역시설을 둘러보고 강사와 직원, 학생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지 직접 점검했다. 최근 여의도와 목동 학원가를 포함해 수도권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데 따른 대처다. 자칫 학원의 방역에 구멍이 뚫릴 경우 학교 내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학원 1층 입구에서 병원 문진표를 닮은 ‘건강 확인서’ 작성으로 특별점검이 시작됐다. 연락처와 해외 방문 이력, 발열·기침 등 신종 코로나 의심 증상 여부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 박 차관과 점검팀 일행은 체온을 재고 손 소독제를 바른 뒤 건물 2층과 5층 강의실로 향했다.

보통 학생 60~70명으로 꽉 찼을 법한 강의실에는 널찍하게 간격을 띄워 놓은 책상에서 자율학습 하는 학생 20여명 만이 앉아 있었다. 학원 관계자는 “평소 학원생의 3분의 1만 수업하고 있다”며 “2월 말부터 6주간 휴원을 했고, 일대 학원 사정이 대부분 비슷하나 대형학원의 매출 타격이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원가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체온 37.5도가 넘는 학생은 귀가 조치시키는데 최근엔 학생도 학부모도 모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편”이라며 “귀가한 학생은 보충수업을 해주거나 온라인 강의로 수업 결손을 보완해 준다”고 덧붙였다.

철저한 준비에도 불안은 남는다. 정부의 학원 운영 자제 권고에도 이날 대치동, 목동 등 학원밀집 지역은 하교 후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정부 특별 점검 전 근처 다른 학원에서 만난 고2 최모 군은 “신종 코로나 이후 몇 차례 단기 휴원은 있었지만 꾸준히 학원 강좌가 이어지다 보니 목동 학원가 감염 기사가 나와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 강남구 학원 밀집지역 특별점검을 위해 2일 오후 강남구의 한 학원을 방문해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교육부와 방역당국은 수도권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적용 중인 전자출입부명단(QR코드) 시스템을 학원들에도 도입할지 검토에 나섰다. 박 차관은 이날 학원 특별점검을 하면서 “전자출입부를 학원에 적용할지 여부를 방역당국에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QR코드를 적용하면) 일일이 손으로 (문진표) 쓰는 불편 없이 10초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래방 등과 마찬가지로 의무 적용할지, 권장 사항으로 할지는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실무 협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 2만902곳 중 534곳(2.6%)이 확진자 발생 여파로 등교를 중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등교 중지한 학교의 99%(531곳)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한편 서울 성북구 돈암초에서는 야간 경비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학교와 병설유치원 모두 등교ㆍ등원을 중지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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