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은 기자

등록 : 2020.06.09 09:53

[창간특집] “운전은 車가 다한다” 현실 속으로 달려오는 완전 자율주행차

등록 : 2020.06.09 09:53

[AI 태동 70년 ‘뉴 패러다임’]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앱티브' 자율주행차가 레벨4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제공했다. 앱티브 직원(안전요원)이 자율주행 원리와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독자 제공

#박상현(가명·40)씨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방문 당시 처음으로 자율주행차를 경험해봤다. 미국 차량호출업체 ‘리프트’와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앱티브’가 함께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자율주행 택시’를 타고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샌즈 엑스포까지 3㎞구간을 이동했다. 박씨가 리프트 응용 소프트웨어(앱)으로 호출하자 10분 만에 차량이 도착했다. 호출된 차량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교차로에선 차량, 보행자, 자전거를 모두 인식해 안전하게 빠져나갔다. 정체가 심한 구간에선 차량 스스로 방향 지시등을 넣고, 차선을 변경해 앞질러 가기도 했다. 박씨와 동승한 연구원은 “이 차량에 탑재된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 21개 센서가 사람의 ‘눈’ 역할을,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길잡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가 ‘두뇌’ 역할을 해서 최적의 운전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하루 평균 150㎞ 이상을 운전하는 개인사업자 구민우(가명·36)씨는 최근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을 구매한 이후, 출·퇴근길 운전 피로도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GV80에 장착된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ML)’이 장거리 주행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SCC-ML은 단순히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SCC보다 훨씬 진보한 기술이다. AI가 구씨의 운전습관을 학습하고, 직접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반자율주행을 제공한다.

제네시스 준대형 SUV 'GV80'. 제네시스 제공

미래 기술로만 여겨졌던 자율주행차가 현실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관련 기술 적용을 확대하면서 자율주행 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 볼보자동차, 현대·기아차 등 일부 업체들은 이미 모든 차량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은 ADAS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테슬라는 자율주행에 근접한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OA)’ 기능까지 상용화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등 보수적인 유럽 업체들도 중형급 이상 차량에 ADAS를 내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15년 30억달러(약 3조4,404억원)에서 2025년 960억달러(약 110조원), 2035년 2,900억달러(약 332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저작권한국일보] 운전·환경 확인 주체에 따른 자율주행 단계별 특성. 그래픽=김문중 기자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특징은 운전 주도권이 사람에서 시스템이나 자동차로 옮겨가는 데 있다. 다만 단순히 스스로 주행하는 차량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부분적으로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서 자동화 단계가 나눠진다. 글로벌 표준처럼 적용되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J3016’ 개정안은 레벨0~2를 ‘운전자 지원’ 단계, 레벨3~5를 ‘자동화’ 단계로 구분했다. 레벨0~2까지는 현재 상용화된 수준이다.

창간기획 AI. 볼보자동차의 미래 자율주행차 운전석 모습. 운전자는 주행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독서를 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레벨3부터는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옮겨간다. 레벨3에선 시스템이 주변 인식과 차량 제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특정 환경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 상에서만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레벨4는 완전자율주행이지만 비상 시 운전자가 운전할 수 있다. 반면 레벨5는 모든 환경에서 시스템이 운전하고, 사람이 관여할 수 없다.

테슬라의 자랑인 ‘오토파일럿’,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현대차 ‘고속도조주행보조2(HDA2)’ 등 현재까지 상용화된 반자율주행 수준은 레벨2에 해당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실질적인 자율주행인 레벨3 달성을 위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3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모빌아이’와 손잡은 BMW도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 시점을 2023년으로 잡았다. 현대차는 2022년까지 레벨3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을 넘어 서비스(MaaS) 주도권 싸움도 시작했다. 웨이모는 2018년 1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변 160㎞ 지역을 운행하는 세계 최초 자율주행 차량공유 서비스 ‘웨이모원’을 개시했다. GM은 자율주행 부문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통해 미국 주요도시에 로보택시 2,500대를 투입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보쉬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로보택시, 무연셔틀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스페인 등에서 무인 셔틀버스가 시범 운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제조사,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등이 협업을 통해 서울, 대구, 울산, 세종, 제주 등에서 올해부터 시범 서비스와 부분 상용화를 추진한다.

박성욱 모빌아이 한국지사장은 “GM, 포드, 다임러 등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구글, 우버, 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MaaS는 자동차 산업을 서비스업, IT산업으로 확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현대모비스 연구원이 자율주행시험차 '엠빌리'에 탑승해 서산 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를 달리는 모습. 현대모비스 제공

다만 레벨4 이상 완전자율주행이 상용화려면 좀 더 정비가 필요하다.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법, 정책, 규제, 보험 등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운전면허다. 현재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레벨4·5 자율주행차의 경우 차량 제조사, 자율주행 시스템 제작사에서 면허를 발급받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7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 안전 기준을 시행하고, 2024년까지 법·제도와 주요 인프라를 완비할 계획이다. 또 2027년에는 세계 최초의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시복 자동차부품연구원 지율주행기술센터장은 “레벨3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적인 준비는 완료됐고, 레벨4 이상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인식개선 교육, 운전문화 변화 등에 대한 개도와 인프라, 법령 등도 연구 중”이라며 “레벨4 자율주행차는 이르면 2025년, 레벨5의 경우 2030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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