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실 기자

등록 : 2020.06.20 10:42

“트럼프, 金 요청에 즉흥적으로 연합훈련 축소 동의”

등록 : 2020.06.20 10:42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연일 미국 정가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2018년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엔 제재 해제를 요청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추가 내용이 등장했다. 또 김 위원장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ㆍ 폐지 요청에도 즉흥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곧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의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들 트윗에는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지난해 6월 말 판문점 회동 등 3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 간의 만남과 관련한 내용들이 등장했다.

◇ 트럼프, 싱가포르서 ‘제재 해제’ 가능성 시사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회담장을 떠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행동 대 행동’ 접근법을 따르기로 합의해 기쁘다”고 말했다. ‘행동 대 행동’은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와 관해, 북한이 요구해 온 단계적 접근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어 김 위원장은 ‘유엔 제재 해제’가 다음 순서가 될 수 있을지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질문에 ‘열려 있으며, 이에 대해 생각해보길 원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 역시 낙관적인 기대감을 안고 떠났을 것이라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적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찬사도 오갔다. 김 위원장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냐’라는 취지로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이 마음에 든다며 “정말 똑똑하고, 상당히 비밀스러우며, 완전히 진실하고 훌륭한 인격을 가진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들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다룬 ‘싱가포르 실링’ 장에 담겼다고 한다.

◇ 참모들 건너뛰고 연합훈련 축소 즉흥 결정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019년 9월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회담 자리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비싸고 도발적이라며, 반복적으로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연합훈련을 ‘달러 낭비’로 봤다는 것이다. 이후 김 위원장이 훈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군들을 무시하고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폭로했다.

이는 회담장 안에 있던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전 보좌관, 그리고 회담장 안에는 없었던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등 누구와도 해당 문제에 대한 상의가 없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한국과의 상의도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누구와의 상의도, 누구를 상대로 한 통보도 없이 김 위원장에게 동의한 것”이라고 회고록 내용을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이 모의전(war games)들은 물론이고, 왜 우리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는지, 왜 아직도 한반도에 그렇게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전하며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한에) 지나친 기대를 불러일으켰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하노이 노딜 결과 대비… 스몰딜은 거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마친 뒤 중앙정원 회랑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싱가포르 회담 상황뿐만 아니라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상황도 회고록에 자세히 서술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후일담은 ‘하노이 힐튼 체크인, 그리고 체크아웃’ 장에서 다뤄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3차례에 걸친 사전준비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고 한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레버리지는 내가 가졌다’ ‘나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협상장 밖으로) 떠날 수 있다’라는 핵심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은 회담을 방해하고자 했기 때문에, 역시 “떠나도 괜찮다”는 선택지를 이해시키려고 했다는 게 테리 연구원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당시 사전에 ‘빅딜’과 ‘스몰딜’, 그리고 ‘협상장 밖으로 걸어 나가기’ 등 세 가지 결과를 예상했으며, 이 가운데 스몰딜은 극적이지 않고 제재 포기 역시 원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핵 포기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빅딜은 이뤄지지 않았고, 남은 것은 협상장 밖으로 걸어 나가는 선택지뿐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시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를 지켜보느라 밤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짜증이 난 상태에서 “스몰딜과 (협상장) 걸어 나가기 중 어느 것이 더 큰 뉴스거리냐”라고 궁금해 했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걸어 나가기’가 극적이며, 추후 협상에서 더 큰 레버리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에서 북미가 일종의 합의에 근접하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이 영변 외에 다른 사항을 제공하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무언가를 제시하라고 김 위원장에서 간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거부했다는 것이 회고록의 내용이다.

◇ “판문점 회동, 참모들도 트윗 보고서야 알아”

지난해 6월 '판문점 회동' 당시 만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북미 정상이 모두 모인 ‘판문점 회동’에 대한 후일담도 회고록에 실렸다. 테리 연구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이를 본다면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예고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 같은 ‘돌발 트윗’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회고록에서 볼턴 전 보좌관은 “멀베이니도 나처럼 당혹스러워 보였다”면서 “별것이 아니라고 본 트윗이 실제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속이 메스꺼웠다”라고 회고록에 적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를 ‘완전한 혼란’으로 봤다고 한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당시 회동은 실질적인 의제가 없는 ‘언론 보도용’이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 태도에 대해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유치원 돈으로 명품백ㆍ성인용품 산 원장님
'용산, 20억 든 강남 알부자만 몰려... 그들만의 세상 됐다'
“경기 회복” 나홀로 고집하더니... 정부마저 낙관론 접었다
이재명 '이명박ㆍ박근혜 때도 문제 안 된 사건… 사필귀정'
문 대통령 “北 서해 NLL 인정…평화수역 대전환”
발끈한 손학규 “한국당은 없어져야 할 정당”
[단독] 고용부 장관 반대 편지에도… 박근혜 청와대, 전교조 법외노조화 강행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