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9 04:40

[아하!생태!] 하늘을 지배하는 새의 먹이 획득법

등록 : 2018.12.29 04:40

오대산국립공원 깃대종(지역 생태ㆍ문화ㆍ지리적 특성을 반영하는 대표 생물 종)인 긴점박이올빼미의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모든 동물은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먹이를 섭취해야 합니다. 동물 가운데서도 하늘을 나는 새들은 먼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어디에 어떤 먹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한 뒤 그것을 손에 넣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새가 먹이를 획득하려는 행동은 종에 따라 다양하고 특이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새의 종류별로 먹이 획득 행동과 특징을 소개합니다.

◇집비둘기가 머리를 흔들며 걷는 이유

도심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 중 하나로 집비둘기가 있습니다. 집비둘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지상에 흩어져 있는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또 집비둘기가 걸어갈 때 머리가 종종 정지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집비둘기는 왜 머리를 흔들며 걸을까요? 이것은 시각과 관련이 있습니다. 새뿐만 아니라 동물 눈(안구)의 가장 안쪽에는 망막이 있습니다. 망막은 빛의 정보를 감지하고 이것을 뇌로 전달하여 물체(먹이)를 보게 됩니다.

집비둘기가 한쪽 발을 앞으로 내며 목을 앞으로 뻗치려 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만일 망막에서 물체가 움직이고 있으면 영상도 흔들리게 됩니다. 인간의 눈은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도 부지런히 쫓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망막에 영상이 흔들리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집비둘기는 인간의 눈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조금씩 밖에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길고 잘 움직이는 목을 이용하여 목을 폈다가 움츠리기를 반복하면서 망막에 잡힌 영상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집비둘기는 한쪽 발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갈 때 목이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고, 그 발이 땅에 닿는 순간에 목을 가장 길게 뻗습니다. 이어 다른 한쪽 발을 앞으로 당기면서 먼저 나간 발의 옆에 나란히 옮겨 놓을 때 목을 움츠리고 머리를 정지시킵니다.

집비둘기를 자세히 관찰하면 단순히 이동할 때보다 먹이를 찾을 때 머리를 많이 흔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망막에 물체의 영상을 흔들리지 않게 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먹이를 확실하게 구분하여 효율적으로 섭취하려는 것입니다.

◇박새의 먹이획득 노하우는 효율성

박새는 봄철에서 가을철까지 주로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박새는 봄에 처음 만난 곤충의 애벌레나 성충을 잡을 때는 능숙하지 않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잡기 시작합니다. 이 갑작스런 변화는 보호색을 가진 곤충(먹잇감)을 보는 능력이 개선되고, 어떤 특정한 곤충에 대해 탐색상(학습에 의해 먹잇감을 발견하는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박새가 나무 위에 앉아 곤충의 애벌레를 잡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날개 뒷면에 눈 모양의 무늬를 가진 나방이 갑자기 날개를 펼쳐서 박새를 놀라게 하고 도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박새는 처음에는 놀라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나방을 먹이로 인식해, 다음 번에는 나방이 도망치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박새는 밝고 화려한 곤충을 한번 먹어보고 맛이 없다고 인식하면(경고색), 그 다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경고색을 가진(눈에 잘 띄는) 곤충은 더 이상 박새에게 잡아 먹힐 염려가 없고, 박새의 입장에서는 먹이 탐색시간을 줄여 먹이 획득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곤충이 너무 크면 영양분은 많지만 그것을 다루어서 입으로 넘기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곤충이 너무 작으면 그것을 다루어 입으로 넘기기는 쉽지만 영양분이 적습니다. 그래서 박새는 효율성이 높은 중간크기의 곤충을 선호합니다.

◇시력이 발달한 독수리와 매의 사냥법

동물이 먹이를 포획하는 전략 중에 가장 역동적이고 스릴이 넘치는 것은 먹이를 쫓아가며 습격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먹이를 잡는 맹금류는 정확하게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것을 손에 넣을 때까지 일련의 작업을 거쳐서 완벽하게 포획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맹금류는 먹이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 눈과 귀, 그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하는 신경계, 그 명령을 따르는 날개, 발톱 등의 근육이 잘 발달해 있습니다.

눈의 망막에는 빛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있습니다. 원추세포는 밝은 빛에 민감하여 물체의 형태, 명암, 색깔을 감지하고, 간상세포는 약한 빛에 민감해 명암으로 물체의 형태를 구별합니다. 주간에 활동하는 맹금류는 망막에 원추세포가 많고 간상세포가 적은 반면에, 야간에 활동하는 올빼미는 원추세포가 거의 없고 대부분 간상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참매가 흰뺨검둥오리를 제압해 먹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수리과(Accipitridae)와 매과(Falconidae)에 속하는 종은 주간의 맹금류로서 야간의 맹금류인 올빼미과(Strigidae)와 대비됩니다. 이들 간에는 유사성이 있다는 설도 있었지만 계통학적으로는 유사성이 없습니다. 이들은 단지 동일한 육식성 먹잇감을 대상으로 시간대를 주간과 야간으로 나누어 서로 경합하지 않고 먹이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수리과는 날개의 폭이 비교적 둥글고 넓으며 날개의 끝부분이 6~7개의 가는 갈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날개의 끝부분에 걸리는 바람의 압력을 줄여서 날개 근육에 부담을 덜 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날개는 상승기류를 타면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유히 방향을 전환해 가며 떠 있을 수 있게 적응됐습니다. 주간의 맹금류는 시력이 발달되어 있어서 높은 상공을 이동하거나 선회하면서 지상에 있는 먹잇감도 찾아냅니다. 우리는 독수리나 말똥가리가 상공에서 선회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산림을 이용하는 수리과의 참매는 날개가 짧고 꼬리가 길어서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먹잇감을 추적하는데, 방향전환을 잘 하는 게 특징입니다. 참매의 긴 꼬리는 속도를 제어할 수 있고, 항공기 또는 배의 방향키(rudder)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방향 제어도 잘 합니다. 그래서 나무를 타고 다니는 다람쥐나 청설모, 그리고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멧비둘기, 직박구리, 흰배지빠귀 등을 잘 잡아먹습니다.

매과는 수리과에 비하여 날개의 폭이 좁고 끝부분이 뾰족해서 빠르게 날갯짓을 하며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매는 해안의 절벽에서 번식하고 높은 전봇대나 비상을 하면서도 중ㆍ소형 조류를 노립니다. 매는 먹잇감을 발견하면 상공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곳으로부터 단번에 목표물로 향해 날개를 접으면서 총알처럼 급강하합니다. 먹잇감에 닿기 전에 속도를 줄이고 몸을 일으켜서 뒤의 발톱으로 일격을 가합니다. 그 순간 새의 깃털이 흩날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낙하하는데, 새가 지상으로 떨어지기 전 예리한 발톱으로 낚아챕니다.

매는 날개를 약간 접어서 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날갯짓으로 바람을 후방으로 밀어내면서 빠른 속도를 냅니다. 그래서 먹이를 추적할 때 시속 300㎞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척지에서 도요를 잡을 때는 먹이를 잡는데 열중할 때 저공비행으로 뒤쪽에서 불시에 습격을 합니다.

◇소리없이 사냥하는 환상의 새 ‘올빼미’

야간에 활동하는 맹금류는 올빼미과에 속하는 종으로 올빼미, 부엉이, 소쩍새가 있습니다. 올빼미는 귀깃(귓가에 자란 털)이 없고, 부엉이와 소쩍새는 귀깃이 있는데요, 솔부엉이는 예외로 귀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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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욧과 새인 깝짝도요는 눈이 머리의 양옆에 있어 경계할 때 사방을 볼 수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올빼미의 눈은 사람처럼 전방을 볼 수 있게 얼굴의 앞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양쪽 눈으로 물체를 입체적으로 확인하고 거리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올빼미의 시야는 110도로 좁은 편이며(사람은 170도), 양안 시(양쪽 눈으로 겹쳐서 보이는 시야)는 70도입니다. 그 대신에 올빼미류의 목뼈는 12~14개여서 머리를 좌우로 270도까지 회전시킬 수 있습니다. 한편 도요류의 눈은 머리의 양쪽에 위치하고 있어, 대부분 단안시(한쪽 눈으로 보는 시야)로 시야가 360도나 됩니다. 머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가만히 서서 사방에 있는 동료들을 볼 수 있고 뒤에 오는 포식자도 감시할 수 있습니다.

둥지 옆에 앉아 있는 올빼미. 국립생태원 제공

올빼미는 야간에 어떻게 사냥을 할까요? 어둠 속에서 낙엽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청각으로 음원을 추적합니다. 올빼미는 얼굴과 눈이 크고 귀도 양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귓구멍의 위치와 크기도 좌우가 다릅니다. 오른쪽 귓구멍은 왼쪽 귓구멍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귀는 위쪽 방향의 소리에 민감하고, 왼쪽 귀는 아래 방향의 소리에 감도가 좋습니다. 또한 귓구멍 주변으로 소리가 모이도록 깃털이 둥근 집음기 형태로 나 있습니다. 올빼미는 양쪽 귀에 도달하는 소리의 시간차와 좌우의 귓구멍 크기에 따른 소리의 강약에 의해서 음원의 수평방향과 수직방향 위치를 정확히 알아냅니다.

또한 올빼미의 날개는 둥글고 폭이 넓은데다 부드러우며 끝부분에 작은 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이것은 비행할 때 소리가 나지 않게 합니다. 우리는 여객기(보잉기) 날개의 아래에서 뒷부분까지 둥글고 뾰족하게 달린 수개의 연료 통(fuel dump)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올빼미의 날개처럼 날개의 기류를 안정시켜서 소리발생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오대산국립공원에 있는 긴점박이올빼미가 먹이를 잡은 뒤 지상에 앉아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필자는 2009~2010년까지 오대산국립공원 깃대종(지역 생태ㆍ문화ㆍ지리적 특성을 반영하는 대표 생물 종)인 긴점박이올빼미의 분포조사를 했습니다. 그 당시 남한에서 분포하지 않는 종이라고 말할 정도로 목격한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요. 낮에 나무 그늘의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서식하고 있더라도 관찰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야간 조사 시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플레이 백(playback) 실험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백 실험이란 어떤 새의 울음소리를 녹음기로 재생하면 그 지역에 세력권을 가진 개체가 몸을 드러내거나 울음소리를 내고 반응하는 방식입니다. 2년 동안 12차례 야간조사를 하면서 30회 정도 긴점박이올빼미를 관찰했습니다. 밤이 되면 도로나 하천이 있는 개활 지역으로 나와 큰 나무에 위에 앉아있거나 주변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수 차례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긴점박이올빼미가 먹이를 습격할 때의 소리는 전혀 감지할 수 없었습니다. 긴점박이올빼미가 지금까지도 사람에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환상의 새’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김창회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 연구지원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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