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혼잎 기자

등록 : 2019.07.01 15:41

공무원 ‘반바지’ 근무에 눈살 찌푸리는 당신은 꼰대일까

등록 : 2019.07.01 15:41

서울, 경기 등 혹서기 공무원 반바지 착용 허용에 시민ㆍ공무원 반응 다양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시원차림 맵시 뽐내기' 행사에서 시민 모델들이 '시원 차림'을 선보이고 있다. '시원차림 맵시 뽐내기' 행사는 서울시가 2005년부터 펼쳐 온 시원차림 캠페인 중 하나로, 시원차림은 노타이, 반바지, 허리에 여유가 있는 원피스 등 시원하고 간편한 옷차림을 뜻한다. 뉴스1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는 7월부터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경기 수원시까지 확산됐던 공무원 혹서기 반바지 착용 허용 조치가 이달부터는 경기도와 경남 창원시에서도 시행됐기 때문이다. 시민과 공무원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엇갈린다.

경기도는 7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 공무원의 반바지 착용 허용을 포함한 복장 간소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경남 창원시도 같은 기간 두 달간 매주 수요일을 ‘프리 패션 데이(Free Fashion Dayㆍ자율복장일)’로 지정해 반바지 착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하절기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관리하는데 실제로는 너무 덥고 불쾌감도 높다”며 “반바지나 간편복 착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허 시장은 자율복장일 첫날인 3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 주변에 확산을 독려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공무원들의 반바지 출근을 허용한 염태영 수원시장도 “시장부터 반바지를 입겠다”며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수적인 공직사회에 불어 닥친 이른바 반바지 바람은 공무원들이 직접 이끌고 있다. 경기도청은 지난 5월 내부 게시판에 관련 제안이 올라오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긍정적인 검토를 지시, 도민ㆍ직원 온라인 여론조사를 거쳐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응답한 도민의 80.7%, 직원 79%가 반바지 근무에 찬성했다. “무더위 속 업무 능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깔끔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 등의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사기업에 근무하는 이수연(32)씨는 "여성들은 반바지나 비교적 짧은 치마를 입을 수 있는데 남성이란 이유로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작년처럼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다면 긴바지를 입곤 도저히 일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문교(29)씨는 “복장은 개인의 자유”라며 “공무원이 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야말로 ‘꼰대’”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서도 임직원의 반바지 착용을 자율화한 것에 비춰볼 때 이를 공직사회에 확산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아직까지 ‘공무원 복무 규정’을 들어 반바지에 난색을 표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충북도청 공무원노조 내부 게시판에는 여름철 반바지 착용 의견을 듣자며 설문조사 시행을 건의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도청 측에서는 품위를 손상한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청 내부 게시판에도 반바지 착용 자율화에 대해 “사람 대하는 자리인데 반바지는 단정함과는 멀다”는 반박 글이 게재됐다. 또 “복장 간소화로도 충분한데 반바지는 민원인과 동료에게 불쾌감을 줄 수가 있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지자체의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반바지 착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식적으로는 이를 허용하더라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실제로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무려 7년 전부터 반바지 차림이 허용된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조차 “반바지를 입고 오더라도 대놓고 옷차림을 지적하진 않지만 그야말로 ‘시선강탈’이라 부담스러워 입기 힘들다”면서 “가뭄의 콩 나듯 젊은 공무원 몇 명만 입는 정도”라고 털어놨을 정도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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