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6.04.28 15:28
수정 : 2016.04.28 17:02

[뒤끝뉴스] 의지할 곳은 하네스로 이어진 안내견뿐…

등록 : 2016.04.28 15:28
수정 : 2016.04.28 17:02

안내견 시범견으로 활동하는 리버가 27일 서울 청계광장 안내견의 날 행사에 나와 시민들을 반겼다. 고은경기자

27일 서울 청계광장에는 리트리버 40마리가 모였습니다. 그냥 리트리버도 아니고 시각장애인의 눈과 벗이 되어주는 안내견 후보견 또는 은퇴견이었는데요. 세계 안내견의 날(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을 맞아 안내견 자원봉사자, 훈련사, 시민들이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1916년 독일 오덴버그에서 첫 안내견이 탄생한지 10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더했는데요. 보기만 해도 귀여운 개들이 시내 중심 도로 한복판에 모여 있으니 지나가는 시민들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의 눈길도 사로잡았지요.

이날 행사에선 시각장애를 체험할 수 있는 ‘암막터널’과 안내견과 체험 보행하기, 안내견과 사진촬영 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풍선놀이틀 형태의 에어바운스 암막터널에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터널구조나 소요시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결국 혼자 들어가지 못하고 안내견 호가의 퍼피워킹(안내견의 사회화 과정을 돕는 자원봉사)을 맡고 있는 가족인 강태영(12)군과 함께 했는데요. 앞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로 같은 터널 속을 벽을 짚으며 걷는 동안 처음 본 사이였음에도 손을 꼭 잡고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휴대폰을 켜고 싶다는 마음도 굴뚝 같았지만 둘이 함께 꾹 참고 3,4분만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요. 어두운 곳 길찾기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기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잠깐이었지만 ‘너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내견 훈련견인 토이와 함께 체험보행을 해보았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다음은 안내견과 체험 보행하기. 예전에 눈을 가린 채 안내견 시범견인 행복이와 함께 장애물도 넘어봤고, 지난 해에는 일본 안내견 학교에서 복도와 계단까지 걸어봤기 때문에 3번째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눈을 가린다는 건 두려움과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안대를 착용하고 안내견 훈련견인 토이와 짧은 보행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눈을 가리는 동안에는 전혀 방향감각이 없었고, 도착하고 나서야 어떤 길을 지나 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눈을 가린 동안엔 하네스(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서로의 움직임을 전달하고 안전하게 보행하도록 설계된 조끼 같은 장비)로 이어진 토이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죠. 임무를 수행한 토이가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시민들에게 ‘안내견 환영 스티커’를 나눠주고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공공장소에 출입할 때 법적으로 보장받는다는 점도 알렸는데요. 안내견 양성을 위해 보수도 받지 않고 봉사에 참여하고 또 행사장에 나와 시민들에게 안내견에 대해 알리는 봉사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2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자원봉사자, 훈련사들이 안내견 후보견, 은퇴한 안내견들과 함께 청계천을 걷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국내에선 1994년 삼성화재가 첫 안내견을 배출한 후 지금까지 총 185마리의 안내견이 기증됐고, 현재 60마리의 안내견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내견은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시각 장애인의 눈입니다. 때문에 식당이나 버스, 케이블카 등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안내견 출입을 거부해선 안되죠. 또 안내견이 귀엽다고 만지거나 먹을 거를 주면 안 된다는 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습니다. 안내견을 양성하기 위해선 단순 비용뿐 아니라 훈련사와 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이 더해지는데요, 시민들의 의식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내견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겁니다. 활동중인 안내견, 공부중인 안내견, 은퇴한 안내견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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