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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상록수와 하늘빛의 조율


매서운 골바람에 솔가지에 앉았던 눈이 가루가 되어 흩날린다. 16일 강원 설악산 자락에서 본 풍경이다. 그 이틀 전 양양에는 대설주의보와 함께 폭설이 내렸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는 겨울에, 그것도 눈이 왔을 때 가장 돋보인다. 검푸른 솔잎에 소담스럽게 쌓인 하얀 눈덩이는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다. 그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히는 등 폭설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도 소나무다. 안타깝게만 볼 건 아니다. 적절한 가지치기와 솎기 작업은 숲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소나무는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나무로 사랑 받아 왔다. 수백만이 모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전인권이 부른 ‘애국가’와 양희은의 ‘상록수’, 한영애의 ‘조율’ 공연이 큰 감동을 자아냈다. 애국가와 상록수의 기저에는 꼿꼿한 소나무의 기상이 깔려있다. 설악산 골짜기의 눈바람은 자연의 조율과정이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공동체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촛불의 힘과 닮았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등록: 2016.12.18 17:00 수정: 2016.12.19 11:26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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