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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어디 도토리뿐일까


볕 좋은 가을날 오후 누군가 승용차 보닛 위에 정성스레 도토리를 펴 놓았다. 어릴 적 도토리묵은 썩 내키지 않는 음식이었다. 숟가락으로도 젓가락으로도 잘 잡히지 않고, 무엇보다 입안에서 미끄덩거리는 느낌이 싫었다.

도토리가 묵이 되기까지는 여간 손길이 가는 게 아니다. 가루를 내고 앙금을 가라 앉히는 과정에서 떫은 맛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차례 물을 갈아줘야 하고, 그리고 나서 얻은 전분을 또 햇볕에 잘 말려야 한다. 묵을 쑤는 과정에서도 눌러 붙지 않도록 끊임없이 저어야 한다.

‘맛집’과 ‘먹방’이 대세인 요즘 시대는 음식재료가 생산되는 노동의 과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혀끝에서 입안으로 전해지는 말초적인 미각과 군침 도는 영상만 강조될 뿐이다.

줍고, 말리고, 앉히고, 쑤는 모든 과정을 식구들이 함께 했다면 그 도토리묵에는 식당에는 없는 특별한 맛이 있을게 분명하다. 손맛이 어디 도토리뿐일까

여행팀 차장
등록: 2016.10.16 17:00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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