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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강의 폰카일상] 까치집 포위 작전


경부고속도로 양재IC 부근 CCTV 기둥에 철조망이 둘러쳐 있다. 자세히 보니 칭칭 감겨진 철조망 안쪽으로 까치집이 자리잡고 있다. 날카로운 철조망을 뚫고 집을 지었는지 까치집이 들어선 다음 철조망을 두른 것인지 알 순 없으나, 까치에게 순순히 집터를 내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만은 제대로 엿보인다. 인정머리 없는 풍경을 앞에 두고, 감을 딸 때도 날짐승을 위해 여남은 개는 남겨둔다는‘까치밥’의 미덕을 떠올렸다. 말 못하는 미물이라도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씨야말로 가을을 보내는 서민들의 보편적 정서였다. 까치집이 CCTV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 길은 없으나 그 주위로 얼기설기 얽힌 철조망이 팍팍하기만 한 우리 삶의 굴레처럼 느껴져 못내 씁쓸하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등록: 2015.10.02 17:35 수정: 2015.10.03 05:37 박서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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